추석 때 할머니댁에서 엄청난 것을 발견했다. 그동안 몇 번이고 들여다보았지만 이런 게 꽂혀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89년도, 내가 3살 때 기억이라고는 1도 없던 시절 엄마와 친분이 있던 가수 정경화의 부름으로 63빌딩에 방문했을 당시였다고 한다. 무슨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나보다. 정경화는 물론이고 김현식에 한영애라니 말이다. 어린 나를 안은 채 엄마는 故김현식과 한영애의 사인을 받았다. 노트 맨 뒷장을 북-하고 찢어 사인을 받았던 것을 보니 어쩌면 어설프면서도 엄마의 설렜던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서른을 앞두고 있는 지금에서야 이 사인을 발견했고, 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사인 이외에 다른 어떤 특이점이 없는 어쩌면 종이 한 장에 불과한 것일진 모르겠으나 나의 20대의 한 부분이 그들의 음악으로 채웠졌기에 더욱 값지다. 


얼마 전 봤던 알 파치노 주연의 '대니 콜린스(Danny Collins)'가 갑자기 생각났다. 40년이 지나서야 우연히 존 레논이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받은 후에 새로운 삶을 찾아 나가게 된다. 극 중 대니 콜린스가 계속 이런 말을 했다. "그 편지를 조금 더 일찍 받았다면, 인생이 달라졌을까? 달라졌을 거야." 라고. 뭐, 당연히 그와 나와 사정은 다르지만 내가 만일 20대 초반, 한참 정서적으로 예민했을 당시 이 사인을 발견했으면 조금 달라졌을까 하고 잠깐 생각해봤다. 


이 종이 한 장이, 왠지 가보가 될 것 같은 기분인데? 후후.



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