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생활의 정점을 찍으러 엄마와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엄마 휴가 기간이기도 했고 마침 저렴한 티켓을 구하기도 했고 제주도에서 10년 이상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우리 막내 삼촌이 보고싶기도 했고. 


10년만이다. 정확하게도.

고3 수능시험이 끝나고 다녀온 수학여행 이후로 가는 제주도 여행 말이다. 

시간은 흘러 결국 10년이 지났고 안타깝게도 10년간 나의 기억 속에는 제주도는 없었다. 아쉬움에 이번 여행은 꼭 가야만 했다.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사진으로, 말로, 표현할 수 있으리.



비행기는 작년 이 맘 때쯤 홍콩갈 때 타고는 딱 1년만이다. 

뭐든 세기를 좋아하는 나, 제주도는 안 간지 10년이요, 뱅기는 1년이요, 연애안한지는 2년이라... 젠장.



화창한 제주 날씨, 안녕 진짜 오랜만이다! 

그 전엔 3번이나 왔었지만 새삼 생소한 풍경처럼 다가왔다. 

역시 20대 이후의 기억이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도 살아갈 힘을 지탱해주는 건 20대에 쌓아둔 추억들일게다. 



신제주 바닷가 근처에 있는 숙소라 좋았다. 

창밖으로 바로 들어오는 바다라, 정말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다. 

좋긴 하지만, 좋지 않기도 한 바다. 사실 자연은 내게 큰 매력을 주진 않는다.




사랑하는 막내 삼촌을 만나 맛있는 전복 코스 요리를 먹고 근처 바닷가를 걸었다. 

마침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있던 덕에 운치는 두배. 조금 덥긴 했지만, 삼촌과 두런두런 이야기 하면서 걷다보니 어느새 저만치. 


저 바다 끝에는 뭐가 있을까? 제주의 어디를 가든 내 시선의 끝은 항상 바다, 망망대해였다. 

내가 사는 서울은 이리 돌아보면 이 모습, 저리 돌아보면 저 모습. 어쩌면 카멜레온 같다가도 숨이 막히기도 하다. 

10년 넘게 제주도에 살고 있는 삼촌한테 바다를 바라보며 넌지시 말했다. 

"저도 제주도 내려와서 이렇게 맨날 바다 보면서 살고 싶네요. 여유롭고 가슴이 뚫리는 기분도 들고요."

삼촌이 손사래를 강하게 치시며 하시는 말.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이젠 바다만 보면 답답해서 자꾸 시내쪽으로 들어간단다 얘야." 

육지것(?)과 섬사람과의 짧지만 나름 의미 있던 대화였다.



애월에 오니 이렇게나 푸른 바다가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색이 참 푸르다. 1년 전 홍콩에 봤던 바닷가의 에메랄드 빛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바다는, 어쨋든 똑같다. 의미만 다를 뿐.


나에게 바다는 무슨 의미일까?


의미를... 따질 필요 있을까? 



공교롭게도 바다와 잘어울리는 푸른색 옷을 입고 한껏 들떠가지구, 스물아홉이, 내년 서른이, 여전히 사진은 좋다. 

일분, 한 시간, 하루, 일년이 내겐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 


참고로 망고쥬스는 홍콩의 허유산 망고쥬스가 제일 맛있더구나. 



제주에 가면 필히 들려야겠다고 생각했던 협재해수욕장.

더워서 지쳐가고 있는 엄마를 겨우 설득해서 도착한 해수욕장. 

내가 기대했던건 바닥이 다 비칠 정도로 푸른 바닷물과 더불어 걷느라 지친 발을 쿨링시켜줄 바닷가에서의 휴식이었다. 



이마에 맺힌 땀 한 방울까지도 식혀버릴 시원한 바닷물을 상상하고 발을 바닷물에 담근 순간. 

짧은 탄성과 함께 내 어깨는 땅으로 곤두박칠 칠 수 밖에 없었다. 

바닷물이 정말 뜨겁더구나. 뜨거운 햇볓에 그을린 모레를 밟는 것과 한 치의 다름이 없었어. 



그리고 이번 포스팅 중 나름 홍보 냄새 좀 풍기고 싶은 이 레스토랑.

막내 삼촌의 지인이 운영하신다는 애월의 브런치 레스토랑이다. 

이름은 제주앤뉴욕, 맞아요. 뉴욕에 미친자인 내겐 정말 그냥 그 자체로 흥분을 안겨준 레스토랑이다. 



깔끔한 외관에 내부는 뉴욕 사진으로 떡칠 - 굳이 떡칠이라는 말을 쓰고 싶진 않았으나 나의 흥분상태를 표현하고자 함 - 되어있다. 

제주도와 뉴욕이라, 공통점이 딱히 하나도 없는 두 도시. 그것조차 매력적이었던 레스토랑이다. 



레스토랑을 운영하시는 셰프님은 뉴욕에서 오랜 시간 레스토랑을 운영하시다가 제주도로 오시면서 이 레스토랑을 오픈하셨다.

수제 버거가 참 맛있었는데, 패티가 금방 떨어질 수 있으니 먹고 싶다면 조금 이른 브런치 타임에 가면 좋을 것 같다. 


뭐든 좋은 건 나누자. 

'혁오 밴드 나만 알고 싶었는데 ㅜㅜ 유명해지는거 싫은데 ㅠㅠ' 

이 출처도 모르는 말도 안되는 자부심 같은 건 갖다 버리고.



그냥 분위기 있는 척 한 번 해봤다. 



마지막 날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삼촌의 또 다른 지인이 곧 오픈할 카페를 방문했다. 

이렇게 멋진 광경을 바라볼 수 있는 명당 위치, 그 무엇을 먹고 마셔도 행복할 것 같아.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 바로 앞 바닷가를 바라보며 셀카를 찍어댔다.

날이 조금 흐렸다. 그래도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묵묵하게 파도치고 있었다. 

선구리 쓰고 - 벗고 - 뭐해?



한라 수목원에 다녀왔다. 

자연을 원채 좋아하지 않지만 생소한 식물들을 볼 수 있다는 건 애니웨이 좋은 경험 아니겠는가. 


대나무숲이 가장 좋았다.

마치 이연걸과 장쯔이가 공중에서 칼을 휘두를 것만 같은 그런 대나무 숲. 쉭쉭-



공항에 가기 전 한라산 정상으로 향하는 도로를 타고 드라이브를 했다.

차도 없고 한적한 길을 달리니 막힌 체증이 확 내려가는 기분이였다. 

길 중간에 만난 말 친구들. 난 동물들을 참 좋아하는데, 또 한편으로는 무섭다. 

좋다고 내려서 사진찍는다고 앞에 가놓고 갑자기 무서워져서 차에 타고 빨리 가자고 했다.


말들도 아마 나 또라이라 생각했겠지. 


생각은 굳이 많이 하지 않았던 여행이지만, 10년만에 방문한 거라 나름 의미가 있었다.

무엇보다 제주도에도 외국인이 참 많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참 아름다운 곳을 이번에는 많이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나는 관광객이 아니고 여행자니까.


여행자, 참 좋은 말이다. 

난 인생을 여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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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