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가 며칠 뒤면 끝이 난다. 사실 주변 언니 오빠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숫자만 바뀔뿐 네 인생에서 달라지는 건 없고 그냥 똑같다고 말이다. 

프렌즈에서 친구들이 30살이 될 때 마치 세상이 망할 것처럼 슬픔에 젖었던 장면이 생각이 나는데, 현실과 다르단 것쯤은 잘 알고 있다.

큰 변화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냥 똑같겠지-하고 치부해버리는 건 또 내스타일이 아니다. 사실 아쉽고 붙잡고 쉽고 슬픈 마음도 든다.


나의 20대는 우울했고, 아팠고, 제대로 전진을 하지 못한 시기였다. 그렇다고 행복하거나 기쁘지 않았다는 건 또 아니다. 

이 세상 그 어느 누구보다 화끈한 날들을 즐기기도 했고, 많은 것들을 듣고 보고 경험하며 마음을 다지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런 나의 10년간의 세월이, 그런 경험들을 한 내가 앞자리가 3으로 바뀐다해서 뭐가 그렇게 달라지겠냐만은, 

한편으로는 송두리째 어딘가 날라가는 것 같은 기분도 든다. 그냥. 옆구리가 허전하다는 말이다. 나의 20대가 정말 이렇게 지는구나. 

나에게도 30대가 찾아오는구나 하며,12월에 들어서야 오묘한 기분에 사로잡혀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 가운데, 나는 나라는 존재의 가치를 높이면서 살아왔을까. 그 수많은 관계 가운데, 넘어지지 않고 잘 버텨왔을까. 

사람들이 기억했던, 기억하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에게 남은 사람들은 누구인가. 

당장의 이 관계가 끝나지 않을 것 같은데, 1년뒤, 2년뒤, 그들과는 언제 그랬냐는듯 형식적인 인사를 나누는 사이가 되버렸고, 

죽고 못살 것 같은, 그들을 이야기를 들으면 내 이야기인마냥 함께 눈물 흘렸던 친구들은 어느새 내곁을 떠났다. 

이 남자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잡고 싶어 힘들었던 날들이 하루이틀이 아니다. 안될 것 같았지만, 돌아보니 그들을 머릿속에서도 지웠다.

뜨겁게 사랑하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놀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정말 자다가 공중에 하이킥을 할만큼 창피한 짓거리도 많이 했지만,

그게 나였고, 그리고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다. 나의 지금 성격이 오롯이 그런 경험들 가운데서 나도 모르게 형성된 부분이었다는 걸 요새 새삼 느낀다. 


이 엄청난 것들을 경험했던 10년간의 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 

30대는 새로운 20대라는데, 가끔 감당할 수 없이 힘들었던 20대의 경험보다도 더 엄청난 것들이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지. 그 모든 걸 감당할 수 있을까?

아쉬운 마음에 옛 사진을 더 들여다본다. 이때 이랬지, 저때 저랬지. 넘쳐흐르는 20대의 기록들이, 앞으로 어떤 것들로 덮여질지 궁금하다. 

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