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아쳤던 제안이 끝나고,
맡았던 브랜드 하나도 털어버리니
요즘은 일이 없다.
일이 많을 땐 딱 죽고 싶었는데,
할일이 많지 않으니 그것또한 곤욕이더라.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퇴근 후 여유를 조금 부릴 수 있는 요즘이여라.
가로수길도 많이 변했다.
지겹도록 왔던 곳인데 아직 나에게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 후두룩이다.
그런 곳중 한 곳, Arco Coffee에 들렀다.
오렌지 라떼가 가히 일품이었다.
슈퍼커피의 오렌지 비앙코 맛이겠거니, 춥기도 하고 상큼한 맛을 입에 적시고 싶어서 주문을 했다.
기대 이상이다.
진한 라떼에 오렌지 과즙 맛이, 그리고 상큼해 미칠 것 같은 그 향이 마시는 내내 끊이질 않는다.
대부분의 가로수길의 카페는 이런 느낌이 많다.
각 각 다 다른데, 생각해보면 전체적으로 다 비슷한 것 같은 느낌.
욕은 아니지만, 물론 칭찬도 아니다.
인테리어도 역시 유행을 좇는다.
며칠 전 다솔이가 갑자기 카톡으로 입이 근질거리면서 못참겠다고 했다.
무슨일이지?
도대체 나와는 비밀이 전혀 없는 이다솔이 입이 근질거리면서까지 나에게 감추려했던 것이 무엇이지?
짧은 순간 별의 별 생각을 다 했다.
꼬치 꼬치 캐 물으니 전송된 사진 한 장.
스폰지밥 파우치.
스폰지밥을 보자마자 내 생각이 났다며 만나면 깜짝 선물로 주려고 했단다.
이 깜찍한 것을 어쩌면 좋지? 이다솔도 이 스폰지밥도.
사실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둘째가라면 서러울 스폰지밥 덕후였다.
모든 것이 다 노랬다.
처음엔 귀여워서, 모으다보니 욕심이 생겨서, 욕심이 생기다 보니 오기로.
나이가 들어 내 관심은 스폰지밥이 아닌 좀더 때가 묻고 순수하지 않은 것에 쏠렸지만,
다솔이가 건네준 스폰지밥 파우치로 인해 다시 그 관심을 돌리려고 한다.
집에와서 남아있는 스폰지밥 물건들을 다 꺼내보았다.
얼마 없으니 이제 열심히 모아야겠다.
욕심이 생긴다.
그리고 내 삶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오기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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