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둘째 날.

역시 같은 반 아이들은 서로 인사를 하지 않고 게다가 같은 한국인끼리도 서로 얘기를 잘 안 하는 이 시추에이션을 도대체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 것인가. 너무 조급한 마음에 수업중간에 다솔이에게 문자를 했다. I can’t make foreign friends. Should I talk to them first? 라고. 한참이 지나도 답장이 안 오길래 이년이! 했는데, 수업 끝나고 돌아와서 미니홈피 방명록을 확인해보니 인간이 책 한 권 될법한 내용을 컬러메일로 보내려다 안 가서 방명록에 썼단다. 어쨌든 아무도 이런 얘기를 나눌 친구가 없다 생각하면 슬픈데, 우리 이다솔이라도 있으니 힘이 났다. 그리고 밑에 엄마의 방명록도…… 주책 맞게 울어버렸다. 보고 싶다.

그리고 애들과 다시 haoyouduo에 갔다. 사실 마트를 너무 가서 살 것도 없을뿐더러 haoyouduo는 두 번밖에 안 갔는데 왜 지겨운 걸까? 알 수가 없다. 아무것도 안 사고 팥 찐빵이 있길래 갔는데 으아 정말 한국만한 게 없다. 맛없어서 쫌 먹다가 다 버렸다. 이렇게 야금야금 사서 못 먹고 버린 음식이 지금까지 얼마나 되는지 감이 안 온다. 진작에 좀 제대로 만들지 음식들이 어쩜 그 모양일까?

배가 너무 고파진 우리는 한국식당에 들어갔다. 메뉴를 보고 소리지르고 밑반찬을 먹으며 소리질렀고 본 음식이 나와 맛을 본 후 환호성을 지르며 정말 온몸에 땀을 흘리면서까지 밥을 후딱 먹어 해치웠다. 한국에서 먹는 불고기덮밥이었고, 엄마가 해주던 김치찌개 맛이었고, 내가 좋아하는 돌솥비빔밥이었다. , 순두부찌개는 고추기름이 너무 과하게 들어가서 얼마 못 먹었다. 배부르게 먹은 우리는 나와서 네일아트를 받으러 갔다. 조폭같이 생긴 남자애가 해주고 있는데, 어떤 잘사는 것 같아 보이는 중국 여자가 지가 먼저 왔다고 개 정색을 하면서 도도한 척을 하시는데 한대 쳐주고 싶었다. 20분 기다려야 한다기에 그냥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거기서부터가 문제였다. 중국은 거리에 가로등이 거의 없다. 되게 캄캄하다. 우리가 haoyouduo에서 나왔을 때는 이미 해가 다 진 이후였는데, 걸어왔던 그 길대로 걸어가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보이지가 않기 때문에 자꾸 다른 곳으로 빠질 수가 있기 때문이다. 걷다가 이상한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진짜 미영이랑 씨껍하고 나왔다. 약간 조폭 같은 남자들이랑 조금 cheap 해 보이는 여자들이 있고 분위기가 너무 무서웠다. 나와 다른 길로 걷다가 이상한 술집거리로 들어가서 또 너무 무서워서 거기 서있는 공안한테 물어봤는데, 내 발음이 졸라 구린가? 못 알아듣길래 계속 계속 얘기했더니 그제서야 길을 알려줬다.

중국은 아직까지는 무서운 나라다. 재미있고 흥미롭긴 해도 아직은 잘 모르기에 쫌 무섭긴 하다. 게다가 이렇게 가로등도 없는 길에서 헤맨다면 그 공포심이 배로 늘어가! 기숙사에 돌아와서 포도를 먹으면서 미영이와 폭풍 수다를 떨고 잠에 들었다. 내일은 아침 수업이다. 일찍 일어나야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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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sha kim :

드디어 수업이 시작되는 날.

정말이지 기대에 부푼 마음을 가지고 준비하고 교실에 딱 도착했는데, 엄마! 나 다시 돌아갈래! 1인실 기숙사 로비에 가면 어쩜 그렇게 괜찮은 외국인들이 많은지 놀랐었는데 우리 반에는 정말 한 명도 없네? ^^ 가자마자 무하트라는 독일남자애가 니하오 하면서 말을 걸길래 대답하고 다시 어색어색열매 쳐 묵고 수업 끝나니 서로 쌩~하고 헤어지고. 그래 첫날이니까 괜찮을 거야……

수업은 끝났는데, 할 일은 없고 이젠 인터넷도 지겹고 아 이렇게 6개월이라면 정말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집에서 죽치고 있다가 미영이랑 같이 닭갈비 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 한국음식이 조금 비싸긴 해도 어쩔 수가 없다. 맨날 고추장에 밥만 비벼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삼겹두루치기랑 김치찌개와 참이슬을 시켜놓고 둘이 폭풍흡입을 했다. 김치가 너무 맛있어서 눈물이 날뻔했다. 다 먹고 김치를 혹시 파느냐 물어보려고 했는데, 다행이 한국인 주인아저씨가 조금 싸주신다 길래 엎드려 김치를 받아가지고 돌아왔다. ! 이제 김치에 밥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나게 했다. 오는 길에 과일가게에 들려서 포도랑 대추토마토랑 바나나를 사가지고 들어와서 또 쳐묵.

한 것도 없이 피곤하구랴. 이번 일주일은 이렇게 보내줘야 하는 건가? 아직 월요일인데……

인아가 밤에 방에 놀러 와서는 haoyouduo에서 학용품 잔뜩 사고 네일아트도 받았다며 자랑을 했다. 내일은 나도 거기에 가서 네일아트나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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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sha kim :

멍청이. 게으름뱅이. 항주한인교회에 가려고 했는데, 일어나보니 12시였고, 게다가 물도 나오질 않으니 씻지다시 방에 와서 무한도전을 같이 시청하고 싸이질하고 수다 좀 떨었더니 금새 5시가 되어서 우리는 씻을 수 있었다.

씻고 우리는 서호에 다시 갔다. 현주와 나나언니 말에 의하면 서호의 야경에 죽여준다고 하길래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던 우리는 서호로 향했다. 밤에 관광객들이 더 많았다. 하지만, 야경은…... 어디에 있나요? 가로등이 하나 없어 깜깜해서 이건 본 것도 안본 것도 아니여. 음악에 맞추어 분수 쇼를 하길래 지켜보다가 스타벅스에 가서 음료를 시키고 위층에 올라가 바깥 풍경도 구경하면서 잠깐 여유를 가졌다. 그리고 좀 걷다가 번화가 쪽으로 해서 돌아왔는데 지금 시간이 난다 긴다 하는 중국 젊은이들이 움직이는 시간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스타벅스 밖에 앉아있는 남자들이 소위 압구정스타일의 훈남이라 일컫기에 무방할 정도로 세련된데다 여자애들도 명품에 옷도 백화점 DP되어 있는 것 같은 스타일을 빼 입고 앉아 chouyan를 하시는데 포스가 대단하더라. 그래 봤자 너흰 중궈더. 커커커커.




백화점에 들려 물건 사고 폭풍 윈도우쇼핑을 마치고 다시 한번 여유롭게 서호의 분수 쇼를 보고 택시 타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오자마자 엄마와 폭풍 통화를 했다. 옥한흠 목사님의 소천이 우리 가족에겐 어떤 의미인지 다른 이들은 생각조차 못할 테지만, 이곳 외딴곳에 와서 그 슬픔이 피부로 느껴지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아버지 같은 분이셨는데, 옥 목사님의 존재만으로도 우리 가족에게 특히, 엄마에게는 얼마나 큰 힘이 되었는데 그런 분께서 더 이상 살아계시지 않는다니 크게 보아도 작게 보아도 개인적으로도 엄청나게 슬픈 일이다. 하나님의 충성스런 일꾼이셨으니 주님 품에 안기셔서 다시 한번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해주시길
……

내일은 수업이 시작되는 날이다. 같은 반에 제발 괜찮은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염원이 이루어질지 말지는 내일이 되어 봐야 알겠지만 오늘 밤 기대감에 부푼 가슴을 주체할 길이 없다. 어서 시간이 지나 수업이 시작되는 그 곳에 가서 앉고 싶다. 물론 인연도 중요하지만, 중국어 공부 열심히 해야지, 나를 위해 미래를 위해 엄마를 위해 주님의 영광을 위해.

새벽 늦도록 잠이 안 와서 한국에 있는 친구 몇 명과 문자를 주고 받았더니 벌써 3시가 되었다. 외국에 나가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정도로 인터넷하고 연락하는 게 옳은 건지 아닌지, 이것을 옳다, 그르다의 기준으로 따져도 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제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놈의 인터넷. 이놈의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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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sha kim :

아침에 오리엔테이션이 있는데, 오늘따라 늦잠을 자고 싶어서 일부러 일어나지 않고 계속 아침잠을 이어갔다. 일어나니까 11시가 넘은 시각. 오늘 아침에도 다시 인터넷 신청하러 내려오라고 했으니, 서둘러 씻고 나갔다. 이것저것 확인하고 기숙사에 와서 인터넷을 연결해봤는데 전. 혀 안되더라^^ 지수네 방에 가서 겨우 무선 연결해서 인터넷을 아주 느리고도 짧게 할 수 있었다. 이놈의 학교는 뭐 처음부터 제대로 해주는 것도 없고 짜증이 잔뜩 났지만, 오늘은 서호에 가는 날이니까 마음을 가다듬고!

여자 여덟 명과 남자 둘, 열명이 서호 관광을 나섰다. 택시를 타고 qingquxihudian xingbake, 서호점 스타벅스에 가달라고 했는데 xingbake가 너무 많다고 해서 진짜 놀랐다. 당연히 스타벅스는 단 한 개뿐 일줄 알았는데 서호에만 스타벅스가 4개정도 있다고 했다. 어쨌든 도착해서 우린 다 입을 떡 벌리고 기절할 뻔 했다. 청담동과 같은 명품거리가 있는데 대륙의 스케일은 정말 상상초월이다. Hermes Rolex Versace도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명품거리가 있더라. 하지만, 그보다 더 놀란 것은 서호의 정말 떡실신 할만한 경치. Hen piaolianga!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멋진 풍경에 감탄하다가 더위에 지쳐서 레이펑탑 까지는 관람차를 타고 갔다. 레이펑탑 입장료가 40원이라 좀 비쌌지만, 예전에 김의진 교수님이 여러분 중국에 가서 관람할 때 돈은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던 말이 문득 생각나서 돈이 얼마건 생각지 않고 들어갔다. 레이펑탑 꼭대기에 올라가니 눈앞에 항주 시내가 펼쳐졌는데 정말이지, 감격에 또 감격. 항주는 정말 너무 아름다운 도시인 것 같고, 이곳으로 공부하러 온 것이 정말 행운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도시 한 가운데 호수와 수많은 유적지가 있는 도시라니 정말 너무 낭만적이고 아름다웠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미개하고 낙후된 중국이 아니라 이곳 항주는 길가에 있는 음식점과 카페들이 마치 삼청동의 예쁜 카페들을 생각게 할 정도로 분위기와 낭만이 가득했다. 여기 머무는 잠시 동안 남자가 생긴다면 (?) 서호 근처에 예쁜 카페나 bar로 데이트 가고 싶다.
 


관광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pinghailu에 갔다. 야시장을 가기 위해서였는데 이곳에 도착해서 우리는 또 기절. 엄청나게 화려한 매장들이 즐비하게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보다도 더 좋은 것 같은 느낌? 야시장을 찾아 헤매다가 배고파서 우리는 FCC라는 음식점에 들어가서 밥을 엄청나게 먹고 야시장에 갔다. 이곳이 소위 말하는 한국의 명동 내지 동대문이라는 곳인데, 주의해야 할 점 한가지는 소매치기가 엄청나게 많기 때문에 가방은 절대적으로 크로스 백을 매야 하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무조건 가방을 끌어안고 다닐 것 다른 한 가지는 물건을 살 때 판매상인이 처음 제시하는 가격대로 사면 바가지 쓰는 것이기 때문에 입에 무조건 pianyidianr(쫌 깎아주세염)을 달며 물건을 사야 한다는 것. 물건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고 하지만 중국물건, 중국옷, 중국스타일이라서 촌스럽기가 극치였다. 그래도 눈이 즐거웠다. 재밌고 신기한 물건이 가득했으니까 게다가 신기한 중국인들의 패션도…… 어쨌거나 나는 기숙사 방 벽에 붙일 스폰지 밥 스티커와 양말 여섯 켤레, 검정 나시 하나, 장파오 모양 동전지갑을 샀다. 그리고 말 그대로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기숙사에 돌아왔다. 중국에 있었던 5일 중 오늘이 제일 즐거웠고 재미있던 날이었다. 관광다운 관광을 했고, 이런 멋진 곳에서 유학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다시 한번 감사함을 느꼈다.




엄마랑 시은이가 보고 싶다. 난 내가 항상 돈과 시간이 있어도 해외여행을 가지 않았던 이유가 나만 좋은 것 보고 다니는 게 미안해서였는데, 정말 이곳에 와서 좋은 것들을 보며 우리 엄마도 여기 오면 좋아할 텐데 이런 생각이 가득. 나 정말 성공해서 매일 엄마 여행시켜드려야지. 보고 싶어 우리 엄마, 내 존재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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