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준비에, 취업준비에, 하루종일 집에 쳐박혀있기를 며칠 째.

나갈일이 없으니, 아니 만들면 안되니 옷걱정은 안하고, 날씨는 찾아본적이 없던 요 며칠. 

우연히 창문을 열었는데, 이게 왠걸. 햇빛이 쨍쨍. 

창밖으로 손을 뻗으니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차갑고도 보드라운 봄 바람이 손을 스쳐가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봄이 왔다. 커피 한 잔 마시러 가자.'


언제가 겨울의 끝일까 전혀 모르고 집안에만 있었던 나처럼 옷장 속 겨울 옷들도 그렇게 봄을 기다리고 있었던게 아니었을까.

나가려고 옷장을 여니 주렁주렁 걸려있는 시꺼머리 죽죽한 옷들이 보인다. 옷들한테 왠지 미안해졌다. 



살이 찐 몸에 뭐 입을까 고민고민하면서 우울했다가

트렌치 하나 걸치고 위안삼는 내가, 밖에 나오니 좋다고 방실방실 웃어대는 내가 왠지 웃긴 날이다.


서래 마을 Square Garden Coffee 로 향했다. 

서래마을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일년 중 한 번 갈까 말까, 오늘이 바로 그 날인가? ㅎㅎ


서래마을 안쪽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는 스퀘어가든 커피. 

다양한 Brew Coffee를 마실 수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좋아할 곳이다.

내부 인테리어도 좋다. 숲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편안한 분위기의 장식과 테이블. 

난 특히 바닥이 참 맘에 들더라. 




1시간 전까지만 해도 '바깥 바람 쐬며 아메리카노 한 잔 하고 싶다-' 입으로 중얼중얼 거렸는데,

1시간 뒤 서래마을에서 바깥 바람 쐬며 아메키라노 한 잔 하고 있었다. 

마음먹은대로 실천하는 샤샤?





열평 남짓한 자그마한 커피집이 왜이리도 장사가 잘되는지, 끊임없이 사람들이 들어왔다. 

블루베리빙수가 유명한가보다. 내가 있던 테이블 빼고 다 블루베리빙수를 주문해서 먹었다. 맛있어보인던데...


햇빛이 포근히 내리쬐는 봄이 부쩍 다가온 여느날. 

피부로 와닿는 봄바람이 요즘 인상만쓰고 있던 얼굴의 주름을 활짝 펴준 것 같았다.

게다가 차가운 커피 한 잔이 가슴 속 답답함을 싹 쓸어버린 듯 했다. 


봄이 진짜 왔다. 커피 한 잔 하러 가자. 

Posted by shasha kim :





4월은 그냥 4월 봄이지뭐-
했던 내가 4월이 가장 잔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2006년 4월에는 노량진에서 재수공부를 열심히 했었다.
이때는 오로지 대학이 목표였지만,
친구와 함께
'우리 대학가면
이따~~~~~시만한 귀걸이 막 하고 다니자 화장도 막 하고 다니자' 하면서
기대에 잔뜩 부풀어 살았었고.



2007년 4월, 대학생이 된 나는 이곳을 내 집처럼 드나드며
모든거 다 제치고 밴드동아리가 내 1순위로 여기며 즐겁게 살았었다 .




2008년 4월에는 여의도 윤중로에 만발한 벚꽃을 보러다니느라 바빴다.
학교에도 길거리에도 만개한 꽃들이 너무 좋아
평소에 꽃을 좋아하지 않던 나도 여기저기 꽃구경을 다녔었다.
그래서 그런가
2008년에는 짧게나마 연애도 했었다.


2009년 4월에는 학교를 잠시 휴학하고 작은 중소기업에 들어가 사무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이 때는
아 나는 정말 사무직이 안맞는구나
아 정말 사회에서 무서운건 일보다 사람이구나
아 정말 여자의 적은 여자구나
라는것을 느끼게 해준 나름대로 값진 경험을 했었다.







2010년 4월이다.

나는 지금 어디있는가?
무엇을 하면서 지내는가?




남들과 똑같이 학교다니면서 과제에 치여살고 발표와 시험때문에 머리는 터질것 같고
몸은 100개라도 모자라는 그 심정을 남들앞에서 토로할 때가
제일루
'너 진짜 도대체 왜그러고 사는거야?'라는 생각이 많이 들 때다.


현실에 편승하지도 나만의 길을 가지도 않는 애매모호한 상태가 싫어,
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그리고 어짜피 해야되는거니까 하고 있긴한데
아 왠지 섭섭하다.

내가 바랐던건 이게 아닌뎅...........




꽃이 피었고 - 비록 날씨는 아직도 빙하기인것 같이 춥지만 -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자기개발을 위해
열심히 투자하는 친구들과 주변사람들을 보며 아, 역시 나도 해야되는거겠지 라는 자조적 목소리와 함께 현실에 발을 들여놓는 내 모습이 어쩐지 애잔하게 느껴진다.


가장 예쁠 나이라는 24살인데 난 가장 이쁘지 않고
가장 열심히 공부해야할 시기인데 난 열심히 하고 있지 않고
가장 불타게 사랑할 때인데 난 누군가를 좋아하는 맘조차 들지 않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나도 너희가 말한대로 그렇게 살꺼야 라는 외침과 함께 현실속에 편입했지만,
이도, 저도 아닌 모습이 되 버렸다니....
아 정말 갑자기 2pac의 Changes가 떠올랐다.


'I see no changes, wake up in the morning and ask myself
Is life worth living should I blast myself
.
.
That's just the way it is
Things would never be the same
That's just the way it is...'




그래 원래 삶은 그런건가보다.
그냥 이렇게 발버둥 치다가 될 땐 되고 안될 땐 안되고 뭐 그냥 그렇게-



지금, 나에게 가장 잔인한 4월.


시험, 발표, 과제, 다이어트, 자격증, 어학연수, 진로, 신앙, 연애 등의 많은 문제들 가운데 서 있는
나는
잠깐의 이런 성찰에도 불구하고 내 길을 가지 않고
또, 다시,
현실에 발맞추러 가야한다.






'We gotta make a change
time for us and some people stop makin' some changes
Let's change way we eat
Let's change way we live
and let's change way we treat each other
We see, the old way wasn't workin
So it's on us to do what we gotta do
to survive'

투팍의 가사처럼 변화를 시도할 것인가 변화가 되지 않는다고 불평할 것인가
가사처럼 삶이 쉽게 살아진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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