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여행을 가게 되었던 경위는 다 예상 밖이었다. 


사실 중국이라고 하면 - 물론 홍콩은 중국과는 별개라고 봐야겠지만 - 나는 내가 있었던 항주나 상하이 말고는 관심이 없었다. 작년 여름 휴가로 정말 갑자기 홍콩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관심도 없었고 뭐가 유명한지도 아무 데이터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였다. 갑자기 홍콩이라니. 


워낙 여행을 갈 때 일정을 세우고 떠나는 스타일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랜드마크 정보만 수집하고 걷다가 괜찮아 보이면 들어가서 먹고 보고 노는 스타일이여서 작년 홍콩 여행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나 다운 여행이었다. 그러다가 낯선 사람 만나면 맥주 한 잔 마시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과 번개하기로 하고 뭐 그런거 말이다.


그렇게 일년이 흘렀다. 작년에는 꼬박꼬박 돈을 벌던 직장인이었지만 지금은 집에서 밥만 축내는 - 사실 집에서 밥을 먹진 않는다. 매번 나가서 사먹지. 근데 그게 더 못됐다 이것아. -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은 무슨 심지어 10월달에 계획해둔 뉴욕 여행 조차 실행 불가능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절친 은하가 갑자기 쌩뚱맞은 소리를 건냈다. "홍콩 여행 갈래?" 뭐래. 하고 난 웃어넘겼지. 하지만 지금은 안다. 이미 그날 은하의 문자를 받은 그 순간부터 나는 졌다. 그 말 하나가 그냥 앞 뒤 분간하지 않고 나를 움직이게 했으니 말이다. 충분한 돈도 없었고, 백수 주제에 여행이라니? 미쳤어? 아니? 뭐 어때? 하룻동안의 내적갈등을 겪었지만 이미 난 졌던 거야. 이미 마음은 홍콩에 가 있었잖아.


15년지기 절친과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 여행, 나에게는 두번 째 홍콩 여행이었지만 마치 처음처럼 아니 어쩌면 처음보다 더 설레고 흥분된 마음으로 가득 찼었다. 비단 곁에 절친이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여러가지로 마음이 복잡하고 지쳐있었던 내게 예상치 못한 홍콩 여행은 많은 것들을 채워주고 덜어내도록 했다.


뉴욕, 상하이 그리고 내가 있는 이 곳 서울, 내가 사랑하는 이 3개의 도시 리스트에 철옹성처럼 다른 도시가 들어오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자리를 이렇게 홍콩이 물 밀듯 밀려 들어왔다. 내게 홍콩은 저 3개의 도시만큼 내게 가슴을 뛰게 하는 곳이 되버렸구나. 


예상 밖의 경험을 거치며 내 안은 더 단단해지고 있고, 더 풍부한 이야기 거리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Posted by shasha kim :



밤이 좋은건가, 밤에 노는걸 좋아하는건가.

어디를 가도 낮에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밤에 신나는 곳에서 즐기는걸 천만배 선호한다.


홍콩에서 있었던 시간 중 란콰이펑에서 놀았던 그날 밤, 

최근 1년동안 그렇게 신이 나게 놀아본 적이 없었다. 

스트레스가 지수가 높은 것도 아니고, 춤추지 못해 몸에서 가시가 돋을 지경도 아니었지만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땀까지 흘려가며 춤추고 놀았다. 

그리고, 아! 나는 진짜 밤에 노는게 맞는구나를 느꼈다. 하!



작은 블럭을 둘러싸고 즐비하게 늘어선 바와 클럽들에는 외국인들, 홍콩 젊은이들이 바글바글, 그리고 간혹 나같은 한국여자들도 보였다. 

혼자서는 외로웠을터지만 함께 즐길이가 있다는 게 새삼스럽게 행복하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홍콩에서 유명하다는 매그넘과 베이징 클럽에는 여성은 무료입장이라길래 들어가봤는데 그다지 재미는 없었다. 

문제는 클럽안엔 노란머리 모델같은 외쿡 오빠들이 안보였다. 


길에서 흘러나오는 클럽 음악에 맞추어 세븐일레븐에서 산 맥주캔을 들고 밖에서 춤을 추면서 즐기는 외쿡오빠들을 발견하고

우리도 그들 옆에서 얼쩡얼쩡 거렸다. 한 번이라도 눈호강을 더 하기 위해. 


바를 한번씩 다 들어가본 것 같은 느낌. 진짜 너무 신이나서 흥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가려는 찰나 란콰이펑 길에서 공연을 하던 친구들을 발견. 

내가 아는 노래를 불렀는데, 지금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앞에서 박자 맞춰주고 몸을 좀 흔들어주니 기분이 좋았나보다. 더 신나게 공연하는 친구들의 그 열정이 참 부러웠다. 


홍콩말고 란콰이펑만 지금 내 옆에 옮겨두고 싶어!! 

마구마구 몸을 흔들면서 놀고 싶다규!

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