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한 번도 위기를 겪지 않는 사람은 없으며 다시는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 거리기를 내 일은 아니라며 무시할 사람도 없다.

그럼 문제는 얼마나 그 위기의 시간을 지혜롭게 끈기를 가지고 버텨내야, 이겨내야 하는지에 달렸다. 


취업이 참 안된다. 나이는 많고 경력은 애매하고, 사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고 (있었지만 사라져서 다시는 하고 싶다는 말을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알량한 자존심때문에 이름있는 회사에 들어가자니 스펙이 안되고, 스펙을 키워 들어가자니 나이가 안되며 

지금은 그야말로 이도 저도 안된 상태에서 시간만, 집의 밥만 축내고 있는 사람이 되버린 것 같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사실 참 긍정적인 사람이다.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라기보다 긍정적인 말을 참 많이 했다. 

스스로를 주문걸기도 했고, 그래서 좋았던 결과가 많았기 때문에 늘 긍정적인 소리를 입밖으로 계속 냈던 것 같다. 지금은 그 마저도 못해버릴 처지가 되었지만.

어쨋든 지금은 지금이고, 그때의 좋았던 순간들을 기억하려고 한다. 

결과가 같다면 그 위에서 말했듯 그 과정을 잘 버텨내는 사람이 나중에 더 값진 경험을 했노라 당당히 말할 수 있을테니까. 


자존감이 바닥을 치닻고 있을 몇 년전, 대학교 4학년을 모두 마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전 집 근처에서 알바를 했었다. 

자존감이 바닥인 상태에서 아주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었다. 그 어느 누구 나에게 위로될만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 사람보다는 하나님이지. 기도의 힘으로 그나마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던 그 때.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일이 있었다. 


알바를 시작하고 3주 정도가 지난 시점, 예전에 입사지원을 했던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면접기회가 주어졌고, 운좋게 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알바를 고작 3주밖에 하지 못하고 그만두게되어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마지막 날, 팀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후 집에 와서 

마지막으로 팀장님께 그동안 감사했다고, 짧게 일하게 되어 죄송스럽지만 그동안 잘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문자를 남겼다. 

그리고 이어 돌아온 문자 답장에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시화씨는 어디가나 예쁨받을 사람이예요"


핸드폰을 양손으로 붙잡은 채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어 소리내어 몇 십분을 울었다. 

나를 오랫동안 봐오지 않은 제 3자로부터 나에 대한 좋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정말 처음인 것 같았다. 

내 스스로가 하찮하다고 느끼며 지내왔던 몇 달간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저 문자 하나에 내 마음이 치유가 되었다. 너무 큰 위로가 되었다. 

난 아직도 이 얘기를 남들에게 하거나 혼자 생각하게 될 때면 눈물이 흐르는걸 막을 수가 없다.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의 모든 게 흔히 '잘 풀린다' 라고 느끼게 되었던 시점이.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정말 피부로 깨닫고 내 스스로를 사랑하고 나니 다른 사람도 나를 많이 따르고 나를 많이 좋아해주는 것 같았다.

자신감이 충만해졌고, 일의 능률도 오르고, 무얼 하든 기쁨과 배움으로 하게 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기죽지 않고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잘 어필하니

여러 남자에게서 대쉬도 받았고, 멋진 남자친구도 사귀고, 그러다가 회사에서 좋은 기회를 주어 뉴욕에 가게 되고. 참, 1년 만에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내가 그렇게 꿈꾸던 뉴욕에 가게 된 것 역시 참 좋은 기억이다. 그 때만 생각하면 그 좋았던 기분을 어떻게 감추었는지 모르겠다. 

지금 같았으면 펄쩍펄쩍 뛰며 동네방네 소문냈을텐데. (사실 그럴만한 가치가 엄청나게 있는 건 아니지만)


뉴욕에 가서 초등학생때부터 꿈꾸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바라보며 말 못할 기분에 눈물만 주르륵 흘렀고,

늘 언젠가 내가 타임 스퀘어에 가면 "뉴욕! 내가 왔어! 내가 뉴욕에 왔다고!"하면서 외치리라 했던 마음 한 구석 소원을

진짜 타임스퀘어 한 중간에 서서 "나 진짜 뉴욕에 왔어! 내가 뉴욕에 왔다구!!" 외치며 이루게 될 줄을 그 어느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지금. 온갖 눈물과 아픔과 상처 그리고 유악함과 낮아진 자존감으로 얼룩진 요즘의 내 마음과 육체와 정신이 

또 다시 그 때처럼 치유될 날이 언젠가 오지 않겠는가 생각하며 참고 기다려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희망의 빛 줄기조차 없으리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더 지배하고 있다. 


그래도, 진짜 그래도, 주변사람에게는 여전히 나는 긍정적인 사람으로 비춰지도 있다. 

그게 정말 껍데기만 그렇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면 내 스스로가 긍정적인 생각에 합승해야한다. 체화해야 한다. 

좋았던 그 때 그 순간을 기억하자. 

지금의 부서질 것 같은 마음도 다시 풀칠로로 칠한 듯 붙여줄 위로의 한마디를 해 줄 사람이 언젠간 나타날 것이며, 

그래서 결국에는 다시 박차고 일어나 모든 일이 다 잘될 거니까, 조금만 더 참자. 


9개월을 기다렸는데, 더 못기다리겠는가. 

곧 괜찮아질거야. 

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