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번의 궁상.

2009. 10. 10. 15:52 from DAILY ARCHIVE
가을이 되면,
높고 넓은 광활한 푸른 하늘이 생각나는가? 노랗게 빨갛게 피어오른 형형색색의 단풍들이 생각나는가?

정말 불행하게도 나에게는 그런 이미지라고는 잘 생각이 나질 않는다.
나에게 있어서 가을은 '궁상떨기 딱 좋은 계절' , 그러니까 한마디로 별로 좋아하지 않는 계절이다.

가을이 되면 피부도 꺼끌해지고 비염도 심해진다.
가을이 되면 몸도 마음도 정신도 축축 쳐진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더이상 생각하지 말아야 할 한 사람이 자꾸 생각난다.
그러기에
나에겐 가을은 '궁상의 계절' 이상 이하도 아닌것이다.


나는 가을을 알리는 Earth wind and fire의 September라는 곡을 무지하게 사랑한다.
이 노래를 듣는중만큼은 9월의 행복했던 기억과 춤을 추게 만드는 더이상 cloudy day가 아닌 가을을 생각나게 한다.

또 나는 John lennon의 Love라는 노래를 떠 올려본다.
내 인생에 있어서 다시 오지 않을 단 한번의 사랑 이란것은 아직 없지만서도
모든 사랑노래에 궁상을 떠는 나조차도 희한하게 이 노래 앞에서는 그 사랑의 달콤함에 무릎을 꿇고 만다.
달콤하게 서로를 사랑하고 있을 많은 커플들을 생각하며 
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외로움과 고독감 대신 그들에 대한 부러움에 몸서리를 치게 된다.


2007년 10월.
한 남자의 미니홈피 배경 음악은 John mayor의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였다.
'세상이 변하길 기다린다.' romantic한 가사라고 하기에는 동 떨어져 있는 가사 내용이지만,
내가 기억하고 싶은것은 단순히 그 노래 그 자체이다.

존메이어의 Neon이나 Your body is wonderland, Daughters 같은 특유의 기타튠과 부드러운 목소리를 좋아했지만,
Waiting on the world to change는 좋아지기는 커녕 애증의 노래로 남아버렸다.
음악은 마치 시간여행과도 같아서 어느 한 시점에 매일같이 듣던 노래는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들어도 그 시점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내가 정말 한 사람을 좋아했고 가슴아파했으며 매일같이 눈물을 쏟았던 그 시절
그 사랑에 눈이 멀어 매일같이 들락거리던 미니홈피 속의 그 노래는 어느새 그때의 추억과 함께 각인이 되버렸다.
그때가 생각나 다신 듣고 싶지 않지만, 나도 모르게 가을이 오면 그 노래를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이성적인 사람이야' 라는 슬로건(?)을 걸고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어봤자
결국 궁상맞은 나로 돌아오게 되는 이노무 가을이 싫다.




그래도 존메이어 사랑하므로,

'DAILY ARCHIVE' 카테고리의 다른 글

  (1) 2010.01.05
돌아갈 수 없는 강을 건넜다.  (2) 2009.12.23
나쁜 시간 좋은 시간  (0) 2009.11.10
슬픈 10월  (1) 2009.10.20
이상형  (2) 2009.10.14
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