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라는 영화를 봤을 때 대체 이런 영화는 누가 만드는거지? 궁금해 감독을 찾아봤었다.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이라는 감독의 영화였는데 안타깝게도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전에는 이 감독의 영화를 한 개도 본적이 없었다. 물론 들어본적도 없었고. 

최근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는 영화로 다시 생각난 웨스 앤더슨 영화를 하나씩 찾아보기로 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로부터 말도 안되는 시각적 충격에 휩싸여 웨스 앤더슨 감독의 모든 영화를 다 섭렵하고 아마존에서 웨스 앤더슨 컬렉션 북까지 구입했다.

뭐 하나에 꽂히면 물불을 안가리는 성격, 웨스 앤더슨때문에 다시 살아났잖아... 이런 내가 무섭다. 



다른 사람들이 평은 보지 않기로 했다.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를 보면서 느꼈던 그 때 그 느낌을 가지고 감상하기로 했다. 


먼저 나는 강렬한 색채, 아기자기한 소품과 배경 인테리어, 촬영 기법과 놀랍도록 정확한 균형감각에 말그대로 비주얼쇼크. 

로열 테넌바움(The royal tenenbaum) 초반에 등장인물소개 컷은 가히 압도적이다. 

그 어느 누구도 절대로 이 장면들을 '별것' 아니라고 못할 것이다. 10초도 안되는 한 컷에 이 캐릭터의 모든게 다 들어가 있잖아. 그야말로 소오름. 




웨스 앤더슨 영화라면 위에 언급한 특징들도 주목할만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건 아무래도 인물 묘사가 아닐까 싶다.

체스의 뽀글머리, 표정에서부터 드러나는 안전에 대한 강박 혹은 마고의 금발 단발머리에 빨간핀, 롱 모피코트, 아무 감정없는 듯한 감정. 

비단 외모로부터 보여지는 각각의 개성을 알 수 있을뿐더러 그 자체로 이 인물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이고 어떤 행동을 보일지 예상이 된다는 점이다. 

인물 묘사를 어떻게했느냐 살펴보는 것도 일이다. 절대 한 번보고는 알 수가 없다 없어. 


다즐링 주식회사(The Darjeeling Limited)에서도 삼형제를 비슷한듯 조금씩 다르게, 그러면서 각 특징을 살려 묘사한게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다즐링 주식회사는 사실 한 번 봤을 때 내용파악이 전혀 안 됐다. 비로소 한 번 더 보고 나서 내용도 이해하고 의미도 느낄 수 있었다. 누가 내 이해력좀 케어해주쟈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을 알리기 위해 인도에 살고 있는 엄마를 찾아 나선 삼형제가 '다즐링 주식회사'라는 인도기차를 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1년만에 뭉친 삼형제는 계속 '우리는 서로를 믿지 못해'라는 말을 하는데, 그런 불안한 형제들간의 관계가 

영화 끝에 이르러서는 '이런 이런 일 때문에 이들의 형제애는 두터워졌느니라...'를 너무나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영화다. 


잭은 헤어진 여친한테 병적으로 집착하는 집착남이지만, 역시 어딜가도 막내는 막내 티를 낸다. 

석탄으로 칠한 듯한 쌔까만 수염으로 노안포스를 풍기지만 사실 형들한테 의지하고 싶은 모습들이 영화 곳곳에 보인다.

아버지 선글라스를 아주 왠종일 끼고 있는 둘째 피터는 말하거나 뭘 집중해서 볼 때 꼭 선글라스를 이마 언저리에 올려놓는다. 첨에 웃겨 죽는줄 알았다.

수면안대까지 맨날 이마에 올려놓잖아. 나는 피터 캐릭터가 제일 좋다. 그냥 뭔가 삼형제중 제일 마음이 따뜻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서먹했던 형제 관계를 돈독하기 위해 노력하는 맏형 프란시스. 의젓한 척해도 얼굴에 칭칭감은 붕대만으로 삼형제 중 제일 허당처럼 느껴지쟈나. 

사실 웃긴게 프란시스가 관계 회복을 위해 딱히 뭘 한 것 같지는 않지만, 역시 첫째답게 나처럼 행동보다는 말만 앞서는 모습이 있긴해도 

결론적으로 프란시스 덕분에 인도 여행이 진정으로 'Spiritual journey'가 된 점에는 부인할 수 없다.



요즘 이렇게 웨스 앤더슨에 푹 빠져 그의 필모들을 하나씩 천천히 보고 있던 찰나, 교보문고에서 봤던 이 책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수입 Art book 기획전이 진행중이었는데, 마침, 정말 마침, 웨스 앤더슨의 컬렉션북이 있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책을 정독했다.

웨스 앤더슨의 열개 남짓 필모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컬렉션 북. 

영화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일러스트 그림들, 웨스 앤더슨의 작품관, 촬영 기법 모두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정말 값진 책이다. 

바다 건너온거라 가격이 5만원이 넘는 가격인데 아마존에서는 Shipping 비까지 $ 33불정도밖에 안하쟈나. 집에 오자마자 당장 주문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어떻게보면 기법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긴 하지만 그에 대비하여 각본이 약하다는 평이 있다. 

조금은 유치하고, 여성적이고, 동심에 가깝고,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를 끌어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어떻게 보면 또 웨스 앤더슨만의 특징이겠지?

일단 내용에 집중하기 전에 시각적으로 볼 것이 가득하니, 일단 100개의 눈을 미리 준비해주세요. 

한 컷 한 컷에 담긴 디테일하고 아기자기한 요소들이 많아 살펴봐야 할 것이 가득한 웨스 앤더슨의 영화들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