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뻔한 20대

2011. 9. 22. 15:17 from DAILY ARCHIVE



중학생 때부터 나는 뭔가 다르게 살 것만 같았다.
늘 내 마음속에는 음악이 있었고, 뉴욕이라는 도시에 사로잡혀서 살았다.
언어가 너무 좋았고 좋아하는 만큼 열심히 공부하니, 실력도 점차 갖추기 시작했다.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옷을 좋아하고 남들이 좋아하지 않는 음악을 좋아하며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좋아했다.
내가 입을 열면 주변 사람들은 모두 빵빵 터지고, 내 행동 내 표정에 친구들은 환호하며 즐거워해줬다.
대학교에 들어가서는 남들이 쉽게 하지 못하는 밴드동아리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마치 내가 제일 잘 나가 라는 곡을 타이틀 삼아 닥치는대로 열심히 놀았었다.
닥치는대로 남자도 많이 만났다. 연애를 진하게 하고 싶었지만, 처음에 너무 상처를 많이 받아서 그런가 겁이 났고 마음을 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나름 방향을 틀어 연애 대신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던 것 같다.
내 이상형은 그 당시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던 털복숭이에 씨름선수같은 체격을 지닌 남자였다. 그런 사람만 보면 가슴이 떨렸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멋쟁이들이 많은 곳에 놀러가 얼마나 멋진 사람들이 많나 구경하면서 나도 그들과 같은 멋쟁이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품었다.
공부도 열심히 했다. 중국어는 물론 영어도 열심히 했고 스페인어도 했다. 나정도면 정말 능력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대학 마지막 학기의 지금.
내 스스로가 특이하고 남들과는 다르다고 생각해왔던 삶이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다.
온통 학점, 졸업, 취업, 결혼 결국 흔해빠진 주제로 말미암아 머리속이 곪아가고 있다.
놀면 나이가 있어 눈치보이고, 남들이 고르지 않는 옷을 사고 싶어도 이젠 점잖아져야만 할 것 같다.
집에 있는 시간에는 게임을 하거나 취향대로 영화를 보거나 했는데, 이제는 어떤 책이든 펴지 않으면 루저같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제는 연애할 상대가 아닌 결혼할 상대를 놓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찾아야 한다는 것도.
내 안에 있었던 즐겁고 활기 넘치는 열정과 젊음의 색깔이 언제부터 이렇게 옅어졌을까.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해서 얻었던 순간순간의 답들은 다시 돌아보면 한낱 착각과 객기에 지나지 않았다.

청춘이라는 시대에 살고 있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제일 싫어하는 말이 '즐기면서 하고 싶은거 하면 되지, 쿨하게 생각해, 뭣하러 그렇게 어렵게 생각해?' 이다.
결국 그런 말을 하는 그쪽 청춘은 나는 생각을 하고 살지 않아요 라고 반증하는 꼴이 아닐까 싶다.
나 뿐만 아니라 우리 20대가 결국 뻔한 20대가 되지 않기 위해 어떤것을 해야하고 어떤것을 하지 말아야 할까?
이제는 답을 내야할 때다.



다이나믹듀오 - 청춘

약해진다 맘이 약해진다
동공이 탁해진다
정체성 없이 정체된 내 정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주제파악이란걸 하게 됐어 (날 과대평가 했어)
결론은 그거야 난 난놈이 아니었다는 걸
사회라는 조직에서 눈 밖에 난 놈이 었다는 걸
20대 객기와 열정은 객사한지 오래야
건진건 쓸모없는 아집과 약간의 노련함
사기도 몇번 당하고 상처는 자주 덧나고
정주기는 겁나고 닳고 달아보니깐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방관하면서 모든 세상일에
딱 두 발정도 뒷걸음쳤어
난 많이 식었어 이젠 모든게 미적지근해
조금만 무리해도
몸이 벅적지근해
내 앞가림 하기도
머리가 지끈지끈해서
방관이라는 고약한 버릇이 몸에 벳어
잘 되던 일이
서로 욕심땜에 꼬였어
의심들이 사실이 돼가는걸 지켜보면서
난 자꾸 한걸음씩 물러서
말도 안나오고 눈물만이 흘러서

무뎌지는 나의 칼날
흐려지는 나의 신념

철없던 시절 내 꿈속에
나는 이상이란 용을 잡는 기사
세상의 고민 다 떠맡은
숨은 의국지사
아 근데 눈 떠보니까
난 현실이라는 작은 집조차도
잘 관리 못하는
무능한 집사
아 점점 멀어져가
내 꿈과 현실의 격차는 점점 벌어져가
삶이란 치열한 전투속에
내 청춘은 죽었어
뜨거웠던 시간들은
추억속에 묻었어

뭐 또 새로 시작 하는게 겁이나
내 꿈과 미래은
이딴식으로 접히나
영양가없는 고민들은
내 시간을 폭식해
이상은 게으르고
쓸데없는 살만 붙어
유행감각은 예전보다
훨씬 무뎌
내운은 비극적이 돼도 하루종일 묵념
입에다 풀칠이나 하며 살 수 있는걸까
이러다 결혼이나 제대로 할 수 있는걸까

무뎌지는 나의 칼날
흐려지는 나의 신념

느낄수 있을 만큼 빠르게 변해간다
세상은 이런거라고 위로해보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다
서러움에 눈물 한없이 흘러내린다
돌아오지 못할 강물처럼 흘러간다
다시오지 않을 아름다운 나의 청춘

어릴 땐 뜬구름이라도 잡았었지만
지금은 책임감이 먹구름이 돼 추격하고 있다
너무 많이 세상을 알아버린걸까
아니면 한치도 헤아리지도 못한걸까
감정은 메말라서 남들 다 흘리는 눈물도 몇번을 쥐어짜야
눈꺼풀에 겨우 맺히고
날아갔어 무모한 객기도 넘치던 패기도
눈물처럼 증발했어 눈가에 주름만 생기고
무뎌지고 흐려져 나 때때로 부풀어져
만만하던 세상이 무서워져산다 또한
우리네 아버지들처럼
흐르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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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