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2014년의 6월~11월은 어디가고
내게 남은 건 고작 12월 한달뿐이란 말인가!
지난 6개월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간새끼, 이젠 최고 속력으로 가는 것도 모자라
내 눈까지 가리면서 가다니 엄청난데?

어쨋든 내게 남은 12월 한 달.
12월의 키워드는 눈, 크리스마스, 그리고 Rahsaan patterson.

뉴욕에 있을 때, 정말 운좋게 볼 수 있었던 그의 공연!

그리고 이렇게 남겨진 사진 한 장! :) 

다시 라쌴의 공연을 볼 날이 오겠찌?


Posted by shasha kim :

흑인음악을 좋아하면서 내가 딱 하나  - 남들이 들으면 조금 웃길만한- 자부심이 있다면, 아마 내가 대한민국에서 Rahsaan Patterson을 가장 좋아하는 팬이라는 것이다. 흑인음악을 좋아하고 특히 소울 음악을 즐겨듣는 리스너 중에 라쌴을 알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을지는 몰라도 나처럼 환장한 팬은 없을거라 생각한다. 그것도 여자팬으로서, 이렇게 미치도록 환장하는 팬은. 

Rahsaan Patterson의 모든 것을 좋아한다. 당연지사 그의 앨범은 단 한곡도 안 외우는 곡이 없고, 외모도 좋아하고 패션센스도 좋아한다. 멋드러진 수염도, 몸에 새긴 문신도, 예쁜 눈까지 다 좋다. 무엇보다 그, 어떤, 누구도 라쌴 패터슨이 양말수집가(Socks Collector)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진짜 없을 것이다. 

나에겐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그 기회, 그렇게 오랜시간 남들 몰래 좋아하던 라쌴 패터슨의 목소리를 라이브로 듣고 그의 얼굴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것도 뉴욕에서 말이다. 기회가 많은 뉴욕이라해도 어쩜 그렇게 딱 타이밍이 맞게 내가 있을 때 라쌴의 공연이 잡혔는지, 감사할 따름이다. 


2013년 6월 9일 일요일, 한번쯤 꼭 가보고 싶었던 B.B.King 클럽에서 블루노트 재즈 페스티벌 때 맞춘 라쌴 패터슨의 공연이 있었다. 

*블루노트 재즈 페스티벌(Blue Note Jazz Festival)은 매년 6월 뉴욕시티에서 열리는 재즈 페스티벌이다. 유명한 재즈클럽인 blue note를 포함해서 뉴욕 전역에 있는 유명한 재즈클럽에서 많은 재즈 아티스트가 공연을 한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재즈 공연을 싼 가격에 볼 수 있다. (http://bluenotejazzfestival.com)


두둥- 포트 오쏠리티 터미널을 가야해서 지나치는 곳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B.B.King 재즈클럽. 주말 저녁이 되면 이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고 나도 가고 싶다...를 외쳤었다. 왠지 혼자는 자신없었거든.


Rahsaan Patterson의 공연이 있는 날, 간판에 크게 써진 그의 이름을 보자마자 두근두근. 




앞에서 사진도 찍고. 아따 길다. 





안으로 들어왔다. B.B.King 클럽은 물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재즈클럽이지만, 레스토랑 및 바로 이용해도 된다. 


여기서 파는 Grilled steak 맛있다고 들었는데, 저녁을 먹고 가서 먹지 못했다. 나는 꼬뜨 뒤롱 와인 한잔, 친구는 사무엘아담스 한 잔.



내가 놀란 것 중 하나, 동양인이 나랑 친구 둘밖에 없었다... 


보통 흑인 뮤지션은 흑인들이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이렇게 흑인 천지일줄은 몰랐다. 


시작하기도 전에 그루브 타던 언니 오빠들이 생각난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늘 그렇듯 주인공은 모두가 가장 기대치가 높아졌을 때 짜잔- 하고 나타나는 법. 


오프닝 무대로 Monet라는 여성 보컬리스트의 짧은 공연이 있었다. 


목소리가 정말 좋았다. 곡 중간중간마다 플룻을 연주하기도 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플룻소리를 선호하지 않음에도 오묘하게 곡과 어우러지는 플룻소리가 좋았다. 







그리고 나의 오빠 Rahsaan Patterson 등장!! 


그의 가장 최근 앨범인 'Bleuphoria'의 몇 곡으로 공연 시작을 알렸다. 



아... 목소리... 라이브로 죽기전에 꼭 듣고 싶었어요...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렸다. 


(백스트리트 보이즈 내한공연을 갔을 때 심장이 터질 것 같았던 그 때 그 느낌이 솔솔)





올해소 40살이 된 나이지만 여전히 멋진 패션과 수염! 내가 진짜 좋아해. 





좋은건 크게 크게, 1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곡인 Friend of mine, Can't wait a minute에 이어


Spend the night이 나왔을 때는 정신줄을 놓고 따라불렀다. 




Spend the night 동영상이 너무 커서 안올라간다.ㅜㅜ 


나의 신음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뒤쪽 중앙으로 왔다. 




좋은건 크게 크게, 2


공연에 푹 젖어있는 라쌴 패터슨, 멋지다 멋지다 멋지다! 




마지막 앵콜곡!!!!!!!!!!!!!!!!! 그라췌! 


정말 많은 사람들이 따라부르는 Stop breaking my heart !! 


정말 행복했다! 





공연이 끝났다! 두시간동안 꿈속에 있다가 나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싱어의 라이브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정말 기쁜일이다. 


스티비 원더의 엄청난 팬이기도 한 나는 스티비 원더 내한 공연 때 처음시작할 때 부터 끝날 때까지 울었으니까, 그토록 기뻤으니까! 


그런 기분이 또 들었다. 




같이 갔던 친구는 나 때문에 이번에 라쌴 패터슨을 알게 되었고 곡 한번도 안들어봤었는데도,


라이브 공연 보고 반했다고 한다. 나도 그렇지만 데리구 간 친구도 잘 봤다니 다행이고 또 다행이다. :) 





공연이 끝난 후, 1층에서는 라쌴 패터슨의 사인회 겸 포토타임이 있었다.


공연도 모지라 가까이서 볼 수 있다니 진짜 눈을 비비고 또 비비고. 


사진을 보고 음악을 들으며 죽기전에 볼 수 있겠지, 했던 사람이 눈 앞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으니 하... 





그래서 이렇게 같이 찍었다! 얼굴이 나보다도 작으신 우리 라쌴오빠... 


아참, 라쌴 패터슨은 이미 오래전 커밍아웃한 게이이기도 하다. 아쉽다. 왜 멋있는 사람들은 임자가 있거나 게이일까 왜때문에?


애니웨이, 늘 나에게 첫번째인 소울 싱어는 라쌴 패터슨을 직접 볼 수 있어 행복했던 6월의 어느날이었다. 




Rahsaan Patterson에 대해 간략히 소개를 하자면, 


1974년 뉴욕 브롱스에서 태어났고, 80년대 <The Kids>라는 티비 쇼의 "Kids Incorporated" 멤버로 활동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흔히 알고 있는 브리트니 스피어스,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어릴 적 활동했던 미키마우스클럽같은 개념으로 보면 된다. 


카랑카랑한 어린 목소리로 어찌나 노래를 잘 부르는지, 그리고 어린 애가 무슨 감정이 그렇게도 깊은지, 감탄에 또 감탄. 아무래도 이 사람은 노래를 부르려고 태어난 사람같다. 





1997년도에 첫 앨범을 발표하고 가장 최근 2011년엔 다섯 번째 앨범을 발표했다. 뭐니뭐니해도 데뷔앨범에서 그가 하고자 하는 음악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그 색깔이 진득허니 묻어난 트랙은 개인적으로 4번 So fine, 13번 Ain't no way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R&B라는 장르로 국한시키기에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준다. 나는 네오소울의 시작을 알리고 이끌었던 뮤지션으로 흔히 지목되는 D'Angelo 보다는 라쌴패터슨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디안젤로의 <Brown Sugar(1995)>가 더 일찍 나오기 했지만 진정한 네오소울의 성격을 따지자면 라쌴패터슨의 음악이 좀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2집 <Love In Stereo>도 최고고 3집 <After Hours>에 이어 4집 <Wines & Spirits>에서 히트곡이 많이 나왔다. Cloud 9이나 Feels good 그리고 Stop breaking my heart까지! 한 곡 한 곡이 가슴을 울린다. 그러다가 2011년 4년만에 발표한 앨범 <Bleuphoria>이 발표되자마자 듣고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음악 성격이 정말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라쌴이 몇 장의 앨범을 작업하면서 자기가 정말 하고자 하는 음악이 이런 것이다 라는 걸 5집에서 여실히 드러냈다고 본다. 아무래도 흑인 음악에도 일렉트로닉 사운드가 유행하고 있던 점을 고려해서인지는 몰라도 굉장히 많은 전자음을 사용했다. 굉장히 실험적이고 몽환적이다. 전자음을 많이 써서 대중적이라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여전히 대중적이진 않다. 그럼에도 쉽게 들리고 처음부터 마지막 트랙에 이르기까지 전달하는 오묘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정확히 이 앨범을 돌려서 들은지 정확히 10번 째 되었을 때 비로소 아! 하며 감탄을 했으니 말이다. 


앨범 발표할 때마다 미국 내 R&B 차트 상위권에 많이 올라 인기도 많은 것도 사실이고 서서히 국제적으로도 이름이 널리 알려진 건 사실이지만, 모두가 다 아는 맥스웰이나 디안젤로처럼 인기스타였던건 아니다. 하지만 음악계에서 인정하는 명실상부한 소울 아티스트로서는 많은 인정을 받았다. 앨범의 퀄리티도 높고 어릴 적 연예계에 입문했음에도 대중적으로 타협하지 않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음악성을 고고히 지켜가며 하는 모습이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라쌴 패터슨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겨울이 되면 늘 생각나는 Rahsaan Patterson. (특별히 크리스마스 시즌 앨범을 발표한 적도 있다. <The Ultimate gift>) 


언젠가 또 만나요 오빠!



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