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이지, 가을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싫어한다고 말하는게 어쩌면 더 가까울 수도. 

나를 괴롭게 만드는 스산한 바람도 싫고, 추락을 의미하는 것 같은 낙엽들을 바라고 있기도 가슴이 아프고, 

뿌옇고 흐리멍텅한 하늘을 보면 있던 희망마저도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에 좋아질 수가 없다. 

 

그래도 적어도 오늘은 아니,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런 우울한 날엔 음악 들으면서 마음을 조금 다스리려고 노력중이다.

아이팟에서 몇 년동안 빠지지 않는 앨범이 몇개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바로 빌리조엘의 전집이다. 

초등학생 때, 그러니까 어린나이에 미친듯이 뉴욕에 미쳐있을 때 New York State of Mind 라는 곡을 접하고 나서부터

빌리 조엘의 앨범을 찾아 들었다. 아니, 더 엄밀히 말하면 피아노에 진정으로 재미를 붙이고 치기 시작한 대학교 1학년 때,

Piano Man을 듣고 따라치면서 더 빌리 조엘을 좋아하게 된 것 같다. 아직까지 피아노맨은 마스터를 못했다. 

 

내가 생각하는 음악에는 각자 듣기 가장 좋은 최적의 때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Maxwell의 Sumthin' Sunthin'은 절대 여름에 들어선 안되고,Wouter Hamel의 March, April, May는 절대 가을에 들어선 안되며,

John Mayer의 Born and Raised는 절대 가을에 들어서는 안되는 뭐 나만의 말도 안되는 웃기고 있는 규칙이 있긴하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언제 들어도 '퍼펙트타임!' 이라고 외칠만한 앨범이 흔하지 않은 건 사실이다. 

사실, 음악은 정말이지 계절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중에 하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하지만, 빌리 조엘의 곡들은 언제 들어도 '퍼펙트타임!'이다. 

그건 다시 말해서 피아노의 매력이기도 한데, 모든 곡에 정말 듣기 좋은 피아노 소리가 들어가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피아노는 꽃이 피고, 햇빛이 내리쬐며, 낙엽이 떨어지고, 눈이 오는 모든 분위기에 다 잘 어울린다. 

그게 내가 한 때 피아노에 푹 빠져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고. 

 

기분이 살짝 우울한 요즘, 내가 힘들 때마다 빌리 조엘 음악을 들으면서 위안 받았던 때를 기억하면서 

여전히 오늘도 빌리 조엘 음악으로 위로받고 있다. 

창문을 열어보니 맑은 공기에 조금 찬 바람이 볼을 스친다. 언제쯤 다시 좋아질까, 너무 오래도록 이러고 있는게 아닐까 하면서...

마침 The Longest Time이 흘러나온다. Maybe this won't last very long 이라고 ㅎㅎㅎ 

 

정말 지겨울리가 없잖아. 빌리 조엘 아저씨 내한했으면 좋겠다. 

그럼 50cent 티켓 끊었을 때처럼 1번으로 예매해서 갈 자신 있는데말야.

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