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증의 가을

2011. 11. 4. 00:44 from AMUSED BY MUSIC






어느덧 가을이 되었네요.

개인적으로는 여름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는 락페, 맥주, 운동 등등 듣기만 해도 젊음의 열정이 느껴지는 이유에서지요.

물론 해가 오랫동안 머리위에 떠있다는 것도 활동할 시간이 늘어나고 그만큼 즐겁고 하기 때문이고요.

 

아무리 싫어해도 죽기보다 원치 않았어도 가을은 결국, 어쨋든 옆자리에 살포시 와 앉았네요. 슬슬 제 눈치를 보고 있어요.

가을을 싫어하는 이유를 굳이 꼽으라고 한다면 가을바람 때문인데,

그것이 혹자에게는 신선하면서 활기를 불어넣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이상하게 가을바람이 더 쓸쓸하면서 외롭게 만들더라고요.

물론 제가 솔로라서 그런것만은 아니예요.

가을바람의 알 수 없는 엄청난 무언가가 마음을 공허하면서 쓸쓸하게 만들더라고요. 구름한점 없는 하늘도 안예뻐요. 가을에는 뭐든게 안예뻐보여요.

가을바람 미워요.

역시 제가 솔로라서 그런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가을의 시간동안 늘 우울하고 쓸쓸하게 지내느냐 라고 물어온다면 사실 그렇지도 않아요.

가을은 음악의 계절입니다.

가을에는 알앤비를 들어도 힙합을 들어도 재즈를 들어도 분위기가 죽여주지요.

스물스물 가을의 운치를 느껴가고 있는 중이라고 느끼는 이유중 하나를 얼마전 경험했어요.

요즘 저는 토니베넷의 듀엣2 앨범을 듣고 있습니다만, 사실 이 앨범 전에는 이분의 음악을 진지하게 정식으로 들어본 적은 없어요.

하지만, 재즈음악이 주는 편안함과 따뜻함이 그리고 토니베넷과 조화를 이루는 다양한 뮤지션들의 목소리들이 피아노 소리가

참 분위기잡게 하더군요.

여느날처럼 그 앨범을 들으면서 버스안에서 강남역을 지나갈 때 쯤이었어요.

퇴근시간의 강남역은 말 그대로 시장통 그 이상 이하도 아녜요. 버스도 막히고 사람도 많고 정신도 없죠.

가장 좋아하는 버스 맨 뒷자리 끝에 앉아서 음악을 들으면서 복잡한 강남역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는데,

마천루같이 솟은 빌딩들 사이 너머로 석양이 보이더라고요. 노랗고 붉은 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토니베넷 아저씨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그 때의 그 기분과 운치란 이루어 말을 할 수가 없을 것 같네요.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고개를 돌려 옆자리를 바라보니 한 아저씨가 문자로 '아빠 지금 가고 있어 딸 보고싶어' 라는 문자를 쓰고 있더라고요.

참, 따뜻했습니다.

 

가을바람은 가을 하늘은 솔로인 제가 생각했던 것 만큼 나쁘고 안 예쁘고 밉진 않았어요. 그건 '솔로' 인 저의 시각이었나봐요.

가을은 음악의 계절입니다. 어느 노래를 듣던지 그 분위기에 취할 수 있어요.

떨어지는 낙엽만 봐도 꺄르르 웃는 얼마전 남자친구가 생긴 친구가 이해는 되요.

저도 꺄르르 웃고 싶습니다.

 

가을 미워요. 하지만 밉지 않아요. 참 애증의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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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