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기운이 솔솔 일던 4월의 어느날, 

어떻게 보면 힘들었던, 어떻게 보면 꽤 즐거웠던, 어쨋든 4월의 어느날.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겸 소호로 향했다. 
 
1시에 도착하여 저녁 8시까지 장장 7시간을 쇼핑을 했다. 아니 도와주었다.
그리고 배가 고파 밥을 먹기로 했다. 
 
이상했다. 저녁 8시가 되지 상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길거리는 텅- 비어버렸다.
물론 아직 저녁 기온은 쌀쌀했던 4월이긴 하지만 그래도... 뉴욕인데? 소호인데? 
다들 어디로 간거야! 
 
Spring Street 을 걷다가 중간 이상하게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을 보았다. 레스토랑이었다. 
찾아보니 스페인 레스토랑이었다. 스페인 요리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었으므로 이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BOQUERIA

171 Spring St, New York, NY

+1 212-343-4255 / boquerianyc.com



어두웠던 스프링 스트릿 가운데 환희 불을 밝히고 있던 보퀘리아. 

그냥 지나가다가도 한 번쯤 들어와보고 싶게 만드는 외관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기겁을 했다.

아직 8시밖에 안되었는데 다들 어디간거야! 했던 그들이 모두 다 여기에 모인 듯 레스토랑 안이 미어터질듯했다. 

다른데 갈 수도 있었으나, 그래도 먹어보기로 한 거, 웨이팅이 길어도 참고 기다렸다.



사람이 언제나 빠지나 조금 지루했던 웨이팅 시간. 

저녁식사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사람들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가, 자리가 더 쉽게 빠지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주황색 라이트가 가득한 레스토랑 내부. 

스페인 요리 특성 때문인지 짠내가 나기도, 향신료 냄새때문에 머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은은한 와인향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메뉴판이 다 스페인어야. 

이럴줄 알았으면 스페인어 공부할 때 제대로 좀 해둘걸.

뭐, 주문은 내가 하지 않았으니 상관은 없었다.



기다리기 지겨운 틈을 타 안쪽에 사진도 찍고 구석에 위치한 화장실도 다녀왔다. 

이렇게 복잡한데 화장실은 왜 한개뿐인가. 


드디어 40분만에 자리에 앉았다. 그것도 입구 바로 앞^^ 계산대 바로 앞^^

정신없이 서서 기다렸는데, 먹을 때도 정신없이 먹었다. 아 땀나. 


스페인요리는 익숙치 않아 용어를 잘 모르겠다만, 바게뜨빵이랑 살라미? 하몽 슬라이스? 올리브랑 같이 먹으니 맛있었다.

하지만 너무 짰다. 진짜... 짰다. 

파에야는 맛있었다. 역시 좀 짰지만, 와인을 넣었는지 향이 좀 나는게 맛있었다. 한 번 더 먹고 싶다! 


이걸 꼭 먹어야 한다며 방정을 떨며 후식을 시키는 모습을 보고 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후식은 츄러스였다. 따땃한 초코시럽에 찍어서 먹었다. 와우, 정말 맛있었다! 쌉사름한 초콜렛 맛이 기가막혔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나왔다. 여전히 스프링 스트릿 거리에는 사람이 없었다. 
다시 뒤를 돌아 Boqueria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2호선 출퇴근 지하철처럼 사람들이 미어터지고 있었다.

저녁시간, 소호에 사람이 없다싶으면 보케리아로 가자. 
맛있는 음식과 흥나는 분위기에 다들 나갈 기미가 안보였다. 

참...뉴욕커들에게 밤이란. 


Posted by shasha kim :

뉴욕에 있었을 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멕시칸 푸드를 먹었던 타코 귀신인 나도 진짜 반해버린 타코집.

요즘엔 외국 어떤 음식이 먹고 싶다고 징징 대기만 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이태원에 가면 어느나라 음식이든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터 이태원이 이렇게 달라졌을까.(좋은 의미임)


타코가 정말 너무 땡겼던 날, 

뉴욕처럼 블럭 코너마다 있는 치폴레에 들어가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므로 이태원으로 향했다. 

멕시칸 푸드도 언젠가부터 대중화가 되어 그릴파이브타코, 도스타코스, 바토스, 타코 칠리칠리 등 체인점도 늘어나고 있다. 

체인점이라 맛이 없다는 건 아니다. 타코 귀신이라 그런가 모든 이 세상의 타코는 다 맛있다.


하지만 이 날, 체인점 타코집을 뒤로 하고 들어간 하시엔다. 

이태원 안쪽에 위치한 이 곳, 진짜 정말이지 입을 너무 행복하게 해준 타코 맛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시엔다(Hacienda)

이태원 역 4번 출구 뒤쪽으로 내려오다 첫번째 골목에 위치해 있다. 

사실 해밀튼 호텔 뒤쪽에만 맛집이 많은 줄 알았지, 이 뒤쪽은 많이 안 가본 것 같다.




칵테일만 마시고 있는 테이블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던 조금 늦은 저녁. 

타코 먹을 생각에 저절로 흥이 나쟈나. 



요즘 대세는 깔끔한 인테리어. 패턴보다 단색, 원색보단 무채색.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인테리어도 가만보면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신경쓴 부분이 보인다.


배가 너무너무 고파. 보이는대로 아보카도 샐러드, 그릴드 포크 타코, 쉬림프 타코, 퀘사디아에 코로나리타를 주문했다. 

두명이서 갔쟈나... 돌았쟈나...



아, 이 아보카도만 보면 나초칩에 찍어먹던 과카몰리가 생각나쟈나. 결론은 아보카노 너는 ... love. 

올리브유를 살짝 뿌렸는지 별다른 드레싱 없이 굉장히 담백한 맛이 나던 샐러드다. 



그릴드포크 타코랑 쉬림프타코를 주문했는데, 그릴드포크 타코가 진짜 넘사벽으로 맛있어서 

울음이 쏟아질뻔했다. 진짜 너무 맛있다. 진짜루. 진짜ㅏㅏㅏㅏㅏㅏㅏㅏ루 맛있다. 

쓰면서 입에 침 고인다 진짜 당장 조만간 먹으러 가야겠다. 


쉬림프 타코가 별로냐? 그건 또 아니다. 이것도 완전 맛있쟈나. 

상큼하게 씹히는 새우살에 내내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좋은 건 무조건 크게. 아. '0'


멕시칸 음식점이 많아진건 참 반가운 소리지만, 모든 곳이 다 만족스럽게 맛있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별 내용 없이 '맛'만 칭찬하는 이 포스팅을 하게 만든 이 곳, 하시엔다가 있다는 점이

타코 귀신인 내게는 정말 행복한 일이다. 진심 지금 입에 침 고였쟈나. 


이태원 하시엔다 꼭 가보세요 강추예요!


Posted by shasha kim :


이사준비에, 취업준비에, 하루종일 집에 쳐박혀있기를 며칠 째.

나갈일이 없으니, 아니 만들면 안되니 옷걱정은 안하고, 날씨는 찾아본적이 없던 요 며칠. 

우연히 창문을 열었는데, 이게 왠걸. 햇빛이 쨍쨍. 

창밖으로 손을 뻗으니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차갑고도 보드라운 봄 바람이 손을 스쳐가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봄이 왔다. 커피 한 잔 마시러 가자.'


언제가 겨울의 끝일까 전혀 모르고 집안에만 있었던 나처럼 옷장 속 겨울 옷들도 그렇게 봄을 기다리고 있었던게 아니었을까.

나가려고 옷장을 여니 주렁주렁 걸려있는 시꺼머리 죽죽한 옷들이 보인다. 옷들한테 왠지 미안해졌다. 



살이 찐 몸에 뭐 입을까 고민고민하면서 우울했다가

트렌치 하나 걸치고 위안삼는 내가, 밖에 나오니 좋다고 방실방실 웃어대는 내가 왠지 웃긴 날이다.


서래 마을 Square Garden Coffee 로 향했다. 

서래마을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일년 중 한 번 갈까 말까, 오늘이 바로 그 날인가? ㅎㅎ


서래마을 안쪽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는 스퀘어가든 커피. 

다양한 Brew Coffee를 마실 수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좋아할 곳이다.

내부 인테리어도 좋다. 숲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편안한 분위기의 장식과 테이블. 

난 특히 바닥이 참 맘에 들더라. 




1시간 전까지만 해도 '바깥 바람 쐬며 아메리카노 한 잔 하고 싶다-' 입으로 중얼중얼 거렸는데,

1시간 뒤 서래마을에서 바깥 바람 쐬며 아메키라노 한 잔 하고 있었다. 

마음먹은대로 실천하는 샤샤?





열평 남짓한 자그마한 커피집이 왜이리도 장사가 잘되는지, 끊임없이 사람들이 들어왔다. 

블루베리빙수가 유명한가보다. 내가 있던 테이블 빼고 다 블루베리빙수를 주문해서 먹었다. 맛있어보인던데...


햇빛이 포근히 내리쬐는 봄이 부쩍 다가온 여느날. 

피부로 와닿는 봄바람이 요즘 인상만쓰고 있던 얼굴의 주름을 활짝 펴준 것 같았다.

게다가 차가운 커피 한 잔이 가슴 속 답답함을 싹 쓸어버린 듯 했다. 


봄이 진짜 왔다. 커피 한 잔 하러 가자. 

Posted by shasha kim :


예전에 어떤 여자가 쉑쉑버거에 미쳐서는 휴대폰 바탕화면은 물론이고 입만 열면 쉑쉑버거, 쉑쉑버거 타령을 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그러지, 유난도 저런 유난이 없다 하면서 혀를 끌끌찼던 적이 떠오른다.☆


뉴욕에 가자마자 다른 건 둘째치고 그렇게 맛있다는, 많은 사람들이 유난떠는 쉑쉑버거가 얼마나 맛있는지 한 번 맛이나 볼까 하며 

쉑쉑버거 메디슨 스퀘어 파크점으로 향했다. 메디슨 스퀘어는 쉑쉑버거의 첫번 째 매장 즉 본점이기도 하다.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늘 줄이 길게 늘어져있다. 어떤 지점이건 기본 30분 웨이팅은 당연하쟈나. 인내심 요구되쟈나. 배가 등껍질에 붙겠쟈나.



이 때가 아마 작년 3월 이맘 때 쯤이었을 것이다. 

뉴욕은 4월 말까지 눈이 내린다. 아니 쳐 내린다. 욕이 나올 정도로 날씨가 이상하다. 아니 지랄맞다.

이날역시 조금 추운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바깥에서 햄버거 쯤이야, 뉴욕커들은 참 밖에 나와서 먹는 걸 좋아한다. 



쉑쉑버거의 메뉴. 

버거는 싱글과 더블이 있는데 싱글은 패티 한장, 더블은 패티 두장이다. 

버거 말고 유명한 것이, 바로 쉐이크인데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호(好)겠지만 아니라면 비추한다. 아주 많이 달다. 

그래도 버거와 한 번쯤은 먹어보는 건 추천한다. 짭조름한 버거와 달콤한 쉐이크, 단짠단짠 법칙, 알랑가몰라? 


주문할 때 이름을 물어보고, 이 진동벨도 준다. 

주문한 버거가 나오면 진동벨이 울리면서 내 이름도 같이 울린다. 

진동벨이 울렸는데도 안찾아가면 맨해튼이 떠나갈정도로 소리지르며 이름을 외친다.

나도 한 번 당해봤쟈나. ㅅ                  ㅑ ㅅ                   ㅑ 하면서 말이다. 


하나만 해. 


먹고 가든, 투고(To go)하든 백에 담겨져 나온다. 좋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버거를 꺼냈다. 하지만 너무 급한 마음에 겉에 종이백 찢었쟈나. 

쉑쉑버거와 밀크쉐이크 그리고 치즈 프라이를 하나 주문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진심 눈물이 흘러내릴뻔 했다. 진짜 비쥬얼쇼크가 아니라 테이스트(taste)쇼크였다. 

쉑쉑버거에 사용되는 빵은 포테이토 전분으로 만들어져서 일반 버거에 사용되는 빵과는 다르게 좀 더 고소한 것 같다. 

패티는 물론이거니와 치즈, 토마토 그리고 양상치의 조합. 이렇게 간단하면서 별 것 안들어간 레시피에 이런 맛이 나올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짭짤하면서 고소하고 느끼하면서 담백하고 입에서 사르르 녹으면서 육즙이 기가막힌다. 

그 여자의 쉑쉑버거 타령이 조금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뉴욕에 가면 쉑쉑버거는 기본으로 꼭 먹어야 한다. 

1시간이건 2시간이건 오래 기다려 짜증이 나도 주문한 쉑쉑버거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짜증이 환희로 바뀔지 모른다. 


쉑쉑버거는 정말이지 단언컨대 사랑입니다.

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