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 BAIN
Le Bain is a penthouse discothèque and rooftop bar featuring world-famous DJs, a state of the art sound system and superlative-inspiring views. During the summer, there's a plunge pool on the dance floor and a crêperie on a "grass" covered rooftop.
일단은 홈페이지에 나오는 진부한 소개문.
뉴욕에 왔다. 뭔가 관광객처럼 보이기는 싫다. 뉴요커처럼 보이고 싶거나 혹은 뉴요커들이 가는 곳에 가보고 싶다.
카페 가기엔 밋밋하고, 클럽 가기엔 늙었고, 공연을 다니기엔 부담스럽고, 술집을 가기엔 하도 많이 마셔 비만과의 전쟁 찍어야 할 판이고
그래서 내가 결국에 선택하는 곳은 라운지바.
요즘 흔히들 "뉴욕의 떠오르는 핫플레이스"라고 부르는 그 곳!
미트패킹 지역(Meatpacking District)에는 수많은 레스토랑과 클럽, 호텔, 바가 즐비하다.
그 중 내가 선택한 곳은 스탠다드 호텔 꼭대기에 위치한 루프탑 바, 르뱅(Le Bain).
내가 가본 뉴욕시티에 있는 많은 루프탑 바 중 여기 르뱅이 최고였던 것 같다.
멋쟁이들이 오는 곳, 흥겨운 음악이 있는 곳, 엠파이어 스테이트를 바라보며 달달한 롱티 한 잔 주문한 후,
탁 트인 맨하탄 뷰, 뉴저지 뷰를 보며 고개를 까딱 까딱, 가벼운 스텝을 헛둘헛둘, 즐거운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 그런 곳.
"오늘은 뉴요커 흉내좀 내볼까?"
밤의 미트패킹.
또 다른 설명이 필요없다.
미트패킹의 밤은 세상에서 가장 핫하고, 세상에서 가장 화려하며, 세상에서 가장 신난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나 록펠러 센터 꼭대기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전망대가 있다. 참고로 입장료는 $25 다.
나는 물론 올라가보지 못해 모르겠지만, 그 많은 돈을 주고, 굳이 관광객들로 넘쳐나는 그곳에 올라가 뉴욕을 보는 것보다
왠지 "진짜 뉴요커"들이 가는 전망대가 더 멋질 것 같았다. 변하는 것은 없지만, 그냥 내 기분에는 그게 더 멋질 것 같았다.
스탠다드 호텔에서 꼭대기 층을 누르면 바로 르뱅.
르뱅은 이층으로 되어있는데 아래 실내에는 바, DJ부스, 4 feet 높이의 수영장이 있다. (수영장이라고 하기엔 헤엄을 절대 칠 수 없는)
물론 창문은 전면 유리로, 뉴욕의 멋진 야경을 보며 춤도 추고, 몸도 담그고, 술도 마시고! 아, 생각만해도 아찔할 정도로 좋다.
비상구를 통해 한층을 더 올라간다. 위층은 야외로 되어있다.
탁- 트인 하늘,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 숨막힐 듯 화려한 뉴욕의 야경이 육안으로 들어오는 그 순간!
"우와 !"
르뱅과 붐붐룸(boom boom room) 사이에 위치한 화장실, 이 안에서도 이런 뷰를 볼 수 있다는 사실. 정말 기가 막힌다.
뉴욕의 핫 플레이스 답게 멋진 뉴욕의 젊은 친구들로 가득차있다.
머리만 대면 바로 잠이 들어버릴 것만 같이 푹신한 침대 겸 쇼파가 곳곳에 있다.
보이는 곳 아무데나 앉아서 바람을 느끼며 있는 그대로 뉴욕을 감상하기만 하면 된다.
"Can I get...um...one empire state building, please?"
주문을 하러 바에 가는 순간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입에선 자동재생 "와씨, 대박"
뒤편에 보이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비롯해 미칠듯한 비주얼을 뽐내고 있는 모습에 무엇을 주문하려했는지 까먹을 정도였다.
뒤죽박죽하게 놓여있는 술병들도 놓치고 싶지 않아 눈을 계속 꿈뻑꿈뻑거렸다.
"다 담아낼테야!"
틈바구니로 보이는 애증의 뉴저지, 그리고 12th Ave의 한적한 도로.
르뱅 실내층.
연기가 자욱하게 낀 몽환적인 분위기와 심장을 쿵쿵거리게 하는 음악소리에 목석처럼 가만히 있을 사람은 아마없을거다.
이렇게 해서 $25 세이브!
르뱅은 입장료도 받지도 않기 때문에 올라와서 술 한 잔 시키고 몇 시간이든 있어도 좋다.
난 이런 자유로운 뉴욕이,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좋다.
밤의 미트패킹, 밤의 맨하탄 뷰를 보고 나서 며칠 뒤 나는, "해가 떠있는 낮의 맨하탄도 보고싶다!"
그래서 이날 하루종일 힘들었던 스케쥴에도 불구하고 낮의 맨하탄과 아름다운 석양을 보러 르뱅으로 갔다.
일요일 오후 6시 반 쯔음, 르뱅으로 올라간 나는 또 다시 내 입의 자동재생님이 나오셨다. "헐! 대박!"
내가 참 좋아하는 Diane Schuur의 Louisiana Sunday Afternoon 노래가 자동적으로 떠올랐다.
그냥, Louisiana를 New York으로 바꾸기만 하면 되었다. 정말 그거면 이날의 모든 것이 가사로 표현되었다!
The temperature is rising from the heat
I feel desire burning in the street
Uh, I'm missing you, you said you love me too
Uh honey, where are you? Under this sky blue
New York Sunday afternoon
Lord, you got to help me make it through
I can't wait to see my baby soon
New York Sunday afternoon
그랬다. 일요일 오후 르뱅은, 이미 술판, 춤판이었다.
이날따라 유독 심하게 불어오는 바람이 휘청거리게 할 정도였지만, 사람들은 일어나 춤을 추고 일요일 오후를 신나게 보내고 있었다.
'나, 이 순간 정말 놓치고 싶지 않아'
친구를 기다리던 한 시간 반동안 르뱅에 혼자 있으면서 줄곧 이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찼다.
4일 뒤, 이 사랑하는 뉴욕을 떠난다는 생각때문에 더 감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던 것 같다.
8시가 넘어서야 해가 지기 시작했다.
허드슨 강 건너편 뉴저지편에 있는 노란해가 지고 있는 모습을 지켜봤다. 내 눈으로,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다음에 또 보자!"
그리고 또 다시 찾아온 밤, 여전히 멋지게 뽐내고 있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탁 트인 뉴욕의 밤 하늘.
기다리던 친구가 온 후, 언제 술을 마셨냐는 듯이 다시 롱티 한 잔은 주문한 후 음악에 맞춰 신나게 춤을 췄다.
관광객들이 찾는 그저 그런 곳이 아니라 흔히 핫플레이스라고 하는 곳을 가기 전에는
"뉴요커들이 가보는 데 가봐야지!", "뉴요커들처럼 놀아봐야지!" 라는 다짐 아닌 다짐을 한 후 찾아갔었다.
이 날 르뱅에서의 나는 더이상 '뉴요커 흉내'를 내는 한 명의 외국인이 아니라
그 어느 누구보다 가장 재밌게 즐겼던 '뉴요커'가 아니었을까.
르뱅에서 바라본 뉴욕의 낮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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