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있는데, 반찬이 없으면 슈퍼에서 1,500원을 주고 오뚜기 3분 미트볼을 사가지고 와 먹는다.

그러면 한끼 식사 뚝딱! 


나에게 미트볼은 3분 미트볼 말고는 다른건 사전에 없었다. 

회사 동료가 서울로 돌아가 혼자가 되어 왠지 모르게 속이 허한 어느날 나에게 건넨 말,

'미트볼 먹으러가자!' 

음... 한식당인가요? H마트에 미트볼을 사서 집으로 가는건가요? ............. 라고 물어보진 않았지만, 뭐 거의 그럴뻔했다. 

아직도 모든 것이 어리둥절한 나는 언니와 오빠를 따라 aka 게이들의 메카 그리니치 빌리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나에게 그리니치 빌리지는 캐리년이 사는 동네라는 것 밖에는 몰랐지만, 

- 아, 책에서 본 그리니치 빌리지 유명 빈티지 포스트카드 스토어도 있었다 - 이래나 저래나 왔으니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둘러봤다. 




The Meatball Shop http://www.themeatballshop.com/


64 Greenwich Ave, New York, NY 1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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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조명의 자그마한 레스토랑.

오래된 연인과 늘 그렇듯 퇴근 후 만나 가벼운 포옹을 한 후, 가볍게 걷다가 들어올 것 같은

그다지 특별해보이지 않는 외관 하지만 조금은 특별해보이는 분위기에 꽤나 즐거운 저녁식사 시간을 보낼 것만 같은 그런 곳.


고단했던 하루 일을 마치고, 나에게 주어진 이 뉴욕이라는 곳에서 

나에게 밥이 필요하지 않은 미트볼을 경험하게 한 오늘을 다시 곱씹으며 다시 생각하니 또 한번 나의 눈물샘을 심히 자극하노라-라며

눈물의 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2013년 2월의 끝자락,



1985년의 앤디워홀은 그의 절친 재키(Jackie O)가 누군가 대단한 사람과 또 한번의 결혼을 하는 것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걸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며 투덜대는 일기를 쓰고 있었겠지. 




메뉴를 봐도 흰건 종이요, 까만건 글자인건 알겠고 뭔지 몰라 이럴 때는 남들 시키는대로 시키는게 최고. 

토마토소스의 미트볼과 블루문 한 잔을 주문했다. 


정신없고 모두가 업된 이곳의, 어쩌면 이 시간의 뉴욕의 모든 레스토랑 분위기때문에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내 입에서 나가는 말들에는 그의 새로운 절친 "뭐라고?"가 계속 따라다녔다. 



나에게 맥주를 건네지 말라. 여기엔 재생만 있고 일시정지와 중지는 없느니라.






드디어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와....와...아........!.....아.....아?

그랬다. 비쥬얼은 조금 아니었다. 늘 그렇듯, 백문이 불여일견,


백문이 불여일식!





아주 조금은 느끼하기도 담백하기도 색다르기도 했지만, 

3분 미트볼이 조금은 그리워지는 정통 미국식 맛이었다. 나에게 밥을 다오....다오.... 김치를 다오....김ㅊ....


그래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무때나 김흥국처럼 들이대는 "경험"을 위해서는 한 번쯤은 먹어볼만 했다. 

아니 두번, 세 번... 왜냐하면 아주 가끔 그 맛이 생각이 나기도 하니까.



하지만, 정말 생각나는 것은 미트볼이 아니라 후식이었다. 

쿠키 사이에 아이스크림이 들어간 샌드형식의 이 후식은, 사실 태어나서 처음보는 비주얼이라 조금은 놀라기도 했다.

- 사실 서울에서는 이미 뻥튀기 사이에 아이스크림을 넣은 뻥튀기 아이스크림이 후식계의 이단아로 떠오르고 있기도 하다 - 





준비 됬습니까? 






아름다운 아이스크림 샌드위치. meatball shop은 사실 이걸로도 꽤 유명하다고 하다. 

한 번 먹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그맛! 

쿠키와 안에 아이스크림 종류를 선택할 수 있다. 



밥을 먹고 나오니 어둑어둑 해진 밤, 그리니치 애비뉴에는 

꽤나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낸 오래된 연인과, 너는 대체 왜 그러고 사냐며 불평을 늘어놓는 절친사이의 친구들,

그리고 가까스로 꿈에 그리던 곳에서 정확히 1년 뒤 그날은 절대 잊지 못할 밤이었다 라고 회상할 27살의 내가 있었다. 

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