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나 쓰며 오후시간을 보내고 있던 토요일, 수로에게서 문자가 왔다. 

추석연휴 거의 먹고 자고 집에서만 사육을 당하다시피 한 나에게 휴식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아주 단 것을 먹는 나에게 '와플먹으러갈래?' 보다 이 순간 필요한 말은 없었다.

 


 

강남 지역에서만 거의 15년을 넘게 살았다. 

그래서 걷는 여유보다는 빠르게 움직이는 교통에 적응되어있고, 

한 블록 한 블록 건너 자리잡은 식당보다는 따닥따닥 붙어있는 상가나 강남역처럼 사람이 바글바글한 곳이 더 익숙하다. 

 

경복궁쪽이나 삼청동 혹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조금은 고즈넉한 분위기의 동네를 사실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건물 하나 없이 논과 밭이 펼쳐져있는 시골에 가면 이상하게 답답증을 느끼다가 강남에 들어서 높게 솟은 건물들을 봐야지 비로소 가슴을 쓸어내리며 휴- 집이다 하고 안심하는 요상한 취향이라 그런가보다. 

 

며칠전 라섹수술을 해서 고양이 세수만하고 나온 솔이와 내일 소개팅 걱정에 또 입술을 물어뜯는 수로를 만나 삼청동으로 고고씽! 

차가 있는 친구 덕분에 쉽게 움직일 수 있으니 더 좋았다! ^0^

 

 

 



삼청동 맛집으로 네이버에 검색했더니 묵은지 삼겹살 찜으로 유명한 '둔둔' 이라는 곳에 꼭 가야겠다며

정말 이곳에 이끌고 온 수로를 칭찬해주었다. 가격에 비해 조금 양이 적었지만 맛있었다. 

밑반찬도 깔끔하니 특히 멸치볶음이 최고!

 

솔직히 이 동네를 전----혀 모르겠어서 어떤 걸 타고 어떻게 걸어서 어떻게 들어와야 하는지 알 길이 없지만, 

역시 자상한 네이버는 지도가 있으니.......... 

 

둔둔 

서울 종로구 삼청동 27-4 둔둔

가까이에 감사원이 있어요... 그리고 베트남 대사관이 있고요... 뭔 언덕이 있고... 나무가 많고... 산이 있네요...

 


 

 

묵은지 삼겹살 찜 2-3인용이라고는 하는데 2명이서 먹을 양이었다. 조금 모자랐다. 

다음에 와서는 하나 더 시켜야 겠다. 왜냐하면 내가 삼겹살을 다 먹을거니까... 

 

워낙 피자, 햄버거같은 느끼한 음식보다는

3번 끓인 김치찌개, 꽁치 김치찌개, 라면 김치찌개, 참치 김치찌개, 볶음김치 등 김치에 목숨을 바치는 입맛이라 

둔둔에서 먹은 묵은지 삼겹살 찜은 그냥 내 입맛에 안성맞춤이었다! 추천추천!

 

 

 


다 먹고 수로가 말한 '와플이 겁나게 맛있는 곳'으로 가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신천지였다. 삼청동은 진짜 쪽팔리지만 처음이라 처음 와 본 동네라 다 신기했다. 

촌티 안낼라 했는데 그냥 표정에서 드러났겠지... ㅎㅎ

 

자주가는 가로수길처럼 양쪽 골목에 들어선 카페와 레스토랑들이 조금은 다른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시멘트와 대리석으로 지어진 차가운 느낌의 건물이 아니라 대부분 원목으로 지어진 외관이라 그런지 한국식 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맘에 안든 건 벌써부터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려는 나무 조명, 거리 조명. 

(난 크리스마스는 미치게 좋아하지만 그 전부터 떠들썩하게 떠들어대는건 세상 제일 싫어한다.)

 

와플 먹으러 ㄱㅏㅈㅏ!!!!!!!!!!!!!!!!!!!!!!!!!!!!!!!!!!!!!!!!!!!!!!!!!!!!!!!!!!!!!!!





Slow garden

서울 종로구 삼청동 15-2 

역시 어떻게 가야하는지 몰라요... 지도만이 알뿐... 블로그는 거들뿐...




 

 

브런치랑 와플이 그렇게 맛있다고 하도 칭찬을 해서 먹었는데... 강남역 CGV 뒤에 있는 에스프레소 퍼블릭 와플이 더 맛있는 것 같았다. 

요즘 어딜가도 이정도 와플은 나오는 것 같다. 어쨋건 먹을 때 만큼은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이스크림 와플이었는데 세트로 시키면 음료 두잔이 무료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겐다즈 그린티 아이스크림이 올라가 있으니 말 다했다. 

5분만에 아작낸 것 같다. 




 

어느덧 2년차, 3년차 직장인에 접어든 친구들과 대화를 하면서 참 많은 걸 느낀다.

내가 몰랐던,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들으며 간접적으로 그들의 삶을 조금 유추할 수 있게 되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보다 조금 나이가 어렸을 때에는 '얜 나랑 맞지 않아' 라는 생각이 들면 그 친구를 이해하려 들지 않고 오히려 멀리하려고만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친구' 라는 관계아래에 있다면 나와 맞지 않음을 느껴도 이해하기 어려워도 그 사람 그 자체를 사랑할 수 있게 된다. 

 

요 며칠 스트레스로 생각도 많아지고 또 다시 예전의 내가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것 같아 괴로웠는데,

조금은 신선한 곳에서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친구들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던 그 시간으로 인해 리프레시 된것 같다. :) 




 

다시 동네로 돌아오는 길 남산터널 들어가기 전. 

 

더 힘내야지. 나를 남에게 자랑해주는 고마운 친구, 아껴주는 소중한 친구들의 응원을 생각해서라도.

그리고 이제 강남에만 있지말고 촌티 벗어내야지. ㅎㅎㅎ 



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