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즉부터 스트릿문화에 관심이 많았던지라, 뉴욕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5pointz는 항상 가장 위에 자리잡고 있었다.
서브컬쳐의 대표적인 그래피티의 메카였던 뉴욕의 5pointz가 사라진다는 뉴스를 접하고 조금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돈으로 절대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수 많은 그래피티 작품들과, 아무런 보상도 없지만 그저 그냥 그것이 좋아서 5pointz로 출퇴근하며 하루가 멀다하고 그래피티 작품을 만들어내는 아티스트들을 생각한다면 이 일은 정말 어리석기 짝이 없다.
하룻밤사이에 5pointz 일대의 건물들이 모두 하얗게 페인트질 되어있었다. 본인들의 작품이 하루아침에 없어서 슬픈 것이 아니라, 일터가, 휴식처가, 삶의 모든것이 되어버린 이 곳이 사라진다는 상실감 그리고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 가지고 있던 자긍심이 결국 돈이라는 것 앞에 항복할 수 밖에 없게 된 모든 것들이 합쳐져 그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을 것 같다.
정부에서 5pointz 건물주에게 올해 말까지 철거하라는 명령을 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건물주가 모든 작품들을 하얗게 칠해야만 했고, 주인도 몇 천개가 되는 이 작품들을 하나씩 없애면서 많이 울고 슬펐다고 얘기한다. 이 자리에는 고급 타워가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는데, 그 건물이 지어지면 근처에서 다시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작업할 수 있을 거라고 하긴 했는데, 당연히 아티스트 입장에서는 그게 아닐테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열정을 가지고 모든 에너지를 오랜시간 쏟아부었던 곳이고, 뉴욕내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5pointz 만큼 그래피티 활동이 크고 많이 이뤄지는 곳은 없다. 나도 5pointz를 딱 한 번밖에 안가봤지만, 작품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느꼈던 놀라움과 크고 작은 영감, 그리고 그들에 대한 존경에 잊지 못하는 곳이 되었다. 그래서 5pointz가 사라진다는건 괜시리 나까지 울적해지게 만드는 소식이다.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지금 5pointz를 살리기 위한 청원서를 받고있다고 한다.
http://5ptz.com/sign-the-landmark-petiton/ 여기들어가서 Landmark form을 다운받아 작성하고 이메일로 보내면 된다!
지난 여름 설레는 마음으로 5pointz에 방문해 찍은 사진들, 괜히 좀 슬픈것 같기도 하다. 아쉽다.
원래 내가 5pointz를 가려고 했던 이유는 Biggie smalls 그래피티 앞에서 사진찍기 위함이었는데, 갔던 날 2시간 넘게 돌아봐도 결국 비기를 발견 못해 아쉬움에 돌아가는 지하철을 탔는데, 뙇!!!!!!!!!!!!! 멀리서 보이는 biggie 얼굴에 아.............. 다음에 다시 오면 꼭 찍어야지! 했던 나름의 스토리가 있다. 비기는 커녕 건물이 몽땅 다 사라진다니 이건 뭐...
보슬비가 내리던 날이었는데도, 한참 작업중이던 아티스트들과 열심히 구경중인 관광객들.
초안을 슥슥 그리던 흑인 오빠.
얼마나 멋진 작품이 탄생했을까?
입체감이 돋보였던 작품. 앞에서 진짜 멍- 하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림고자인 내게 이건 진짜 말이 안되는거니까...
사진에서만 보던 이 곳을 직접보니 온 몸에 모든 감각이 살아움직이는 것만 같은 늑힘.
멋있다.
건물 반대편쪽으로 오면 더 많은 그래피티를 볼 수 있었다.
아티스트별로 다 색깔이 다르니, 완성된 작품들도 다 제각각, 그러면서 조화로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바닥에도 이렇게. 위, 아래, 옆 눈을 돌리는 곳마다 아주 눈 호강을 제대로.
기가 막히다. 엄청나다. 존경스럽다.
뒷편에 세워진 차 유리를 통해서도 한장!
이 차도 온통 그래피티로 덮여있었다.
예전에야 그래피티가 vandalism이고, rebellion으로 규정되었을지는 몰라도, 문화수준이 높아진 요즘에는 어떤 것도 예술이 될 수 있고, 그 예술을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래피티로 시작해 지금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키스해링(Keith Haring)이나 바스키아(Jean Michel Basquiat) 그리고 뱅크시(Banksy) 같은 아티스트들도 있지 않나.
돈에 모든 걸 너무 쉽게 무너뜨리려고만 하는 세상이다. 이런 세상에 살 지언정 나는 절대 돈을 좇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2013.11.21
'MY CITIES > NEW YORK STATE OF MIND'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윌리암스버그 힙스터는 다 이곳에 모였는가봉가. (0) | 2014.02.16 |
---|---|
버치커피(Birch Coffee), 집보다 더 편했던 뉴욕의 카페. (2) | 2014.01.31 |
<New York Diaries>, 다른사람의 오늘을 훔쳐보는 재미. (0) | 2013.12.03 |
사랑하는 너에게 카드를 쓸테야. (0) | 2013.10.18 |
뉴욕 루프탑라운지 르뱅(Le Bain), 핫해지고 싶으면 핫한 곳에 가자. (1) | 2013.06.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