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생각하기.

2012. 8. 6. 21:17 from DAILY ARCHIVE



사회라는 문턱에 발을 내딛고 나서부터 아무런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보냈다. 

아, 사람은 이렇게 일하고 돈 모으고 결혼해서 가정 꾸리고 가족이랑 살다가 죽는 단순한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주 작은 순간에도 여러 각도로 생각하던 내가 생각이라는 수도꼭지를 잠그고 동파한 것 마냥 그렇게 얼어간 것 만 같았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 아무도 보지 않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지라도 지금 이 자리, 내가 글을 쓰기 위해 앉아 있는 이 자리와 시간이 필요했다.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온갖 생각들이 깨달음이 한데 섞여 결과도 결론도 없이 블랙홀같은 소용돌이에 휩쓸려 사라지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더 이상은 내 생각을 쏟아내는 작업을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것이었다. 


크게는 두 가지, 작게는 세 가지 생각들의 결론을 내고 싶다. 

내가 글을 쓰려고 앉는 것은 결과를 내고 정리하기 위함이 아니라 쓰면서 결과를 내기 위함에 그 목적이 있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고. 


먼저는 경험이라는 것에 참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회사직원과 회식 때, 어쩌다보니 둘만 남아있을 기회가 있었다. 이미 나보다는 십 몇 년의 시간을 더 이 세상속에서 지냈고, 가정도 있고 프로페셔널한 실력도 가지고 있는 그 분에게 나는 한낯 '청춘됨' 이라는 단어에 취해 하루하루의 모든 이 시간이 경험이라고 부르짖는 내가 참 애송이처럼 보였음에 분명하다. 

난 경험주의자이고, 이상주의자이면서 몽상가이다. 내가 살아가는 이 삶에 있어서 내 '방식'이 이상하다고 혹은 틀렸다고 생각해본적은 단 한번도 없다. 하지만 그 분의 질문은 참으로 허를 찌르는 질문이었다.

'꿈만 먹고 살아서는 안되는 것들이 있다. 넌 앞으로 뭘 하고 싶니? 너의 꿈이 아니라 너의 5년 뒤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난 여전히 꿈을 꾸고 경험을 좇아 가고 있다. 오늘의 맘 상함이, 기쁨이, 실패가, 허무함이, 절망이 5년 뒤의 나의 생각을 대변해준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리고 그건 그 어느 누가 생각해도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5년 뒤 내 생각과 감정이 아닌 내가 구체적으로 하고 있을 일은? 만나고 있을 사람은? 내가 있을 곳은? 지금의 경험이 5년 뒤의 나, 살아있는 나를 만들어줄지 의문이 들었다.

나는 정치를 하고 싶었다. 음악을 하고 싶었고, 글쟁이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하는 일은 그 모든 것과 거리가 먼 일이다. 그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일. 나는 일을 하는 하루하루의 시간동안 나의 생각이, 심정의 변화가, 오고가는 대화 그 모든 것들이 아주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경험으로 분명히 다가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의 독에는 내가 모르게 밑이 빠져버렸다. 난 밑이 빠진 내 삶에 경험이라는 물을 열심히 부어대고 있지만, 5년 뒤에 나의 경험들은 없어지고 여전히 나는 지금처럼 또 꿈만 꾸고 있겠지. 

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