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길 그리고 퇴근 길, 알싸한 바람으로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내가 끔직이도 싫어하는 계절 가을이 왔다.
항상 시간을 원망했다. 속절없이 빠르게 가는 놈, 날 한 시도 기다려주지 않는 매정한 놈.
그런데 돌아보면 시간은 어쩌면 그 어떤 것보다 배려있다.
내가 인지하고 있은 채 흘러간 시간은 나몰래 많은 것을 담아낸다. 그러다가 주기적으로 어느 때가 오면 그것을 내 앞에 쏟아붓는다.
내가 이만큼이나 담았어. 지금 너한테 보여줄거니까 다시 다른 걸 담으러 가기 전 서둘러 다시 곱씹어보고, 생각하고, 느끼라고.
오늘이 시간이 나에게 모든 걸 다 쏟아놓는 그 날인가보다.
잠깐동안 무엇이 재생되었고 어떤 트랙들이 지나갔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일시정지상태.
이대로 한참동안 멈춰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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