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잣말3

2010. 7. 16. 13:05 from DAILY ARCHIVE

아... 어제는 정말 악몽같은 날이었다. 초등학생 때 위가 안좋아서 매일 링겔주사를 밥먹듯이 맞고 다녔고 하루가 멀다하게 토하고 다니고 그랬었는데, 성인이 되서 어제는 정말이지 하루에 토를 8번씩이나 했던 신기록을 세운 날이었다.
딱히 음식을 잘못 먹었다거나 하지 않았는데, 몸도 요새 굉장히 피곤한 상태고 차가운거 많이 먹고 찬바람 많이 쐬고 그래서 그런가 위가 단단히 탈이 나버렸다. 집에 아무도 없었고 혼자 누워있다가 계속 토하러 화장실로 달려가는데 눈물이 나왔다. 괜히 아프니까 서럽기도 하고...
지금은 좀 괜찮아졌다. 역시 위가 안좋을때는 포카리스웨트가 직빵이다. 어떤 약보다도 효과가 좋다 지금도 홀짝홀짝 마시는중...
매일 열시까지 학교가는게 아무래도 몸이 무리였나보다 큰일이다.
다음주부터는 9시까지 가야하는데, 제발 남은 2주 몸이 잘 버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보기엔 튼튼해보여도 정말 약한 사람이랍니다....
지난 일주일 사이에 꿈속에 그사람이 두번씩이나 나왔다. 이것 또한 나의 없앨 수 없는 집착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나는 늘 다시 태어난다면, 꼭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하곤 하지만 이럴 때야 말로 여자인게 조금은 싫다. 아, 이것도 어쩌면 '여자'라는 한 집단의 공통된 성향으로 합리화시킬 위험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서도 남자보다는 덜 생각을 하고 살지 않을까...싶다.
스스로 주체할 수 없이 깊게 퍼져버린 감정을 그래도 조금은 남아있는 이성이 꾹꾹 눌러놓긴 해도 가끔 스멀스멀 기어나와 다시금 생각하게 하며 감정에 깊은 수렁속으로 빠지게 하는 이 지긋지긋한 사이클에 적응된건지, 어느새 익숙해지고 있다. 우울해졌다가 기뻤다가 울었다가 웃었다가...

아, 뭐랄까.
나이 먹는게 두렵다 못해 이제는 몸서리치게 싫다.
나랑 한때 자주 문자를 주고 받던 후배가 있는데, 그 아이는 딱히 내가 신세한탄을 한다거나 나이가 많아 걱정이라는 뉘앙스를 비추지도 않았는데, 늘 '누나도 아직 충분히 젊어요.' '제 생각에는 20대는 다 청춘인것 같아요.' '24이면 누나 아직 어린거죠.' 라는 말을 자주 해주며 다독거려주었다.
뭐 그게 다독인지 아니면 걍 그만좀 말하라는 뜻에서 입막음식의 표현인지 그 아이속을 알 수는 없지만, 쨋든 누나도 '충분히' 젊어요 라는 말로 나름 위안을 삼곤 했었다.
나도 솔직히 인생 길게 봤을 때 24살의 지금이 어린 나이란건 머리로는 알겠는데, 다만 싫은건 마냥 젊음을 즐기며 놀기에는 주위의 눈치를 보며 현실이라는 공포의 도가니로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는점이 싫을 뿐이다.
모든 행동과 말을 할 때는 진중하게 해야하며, 남들 보기에 좋아보이는 그런 과시성향의 삶은 더이상 무의미하며, 사람 욕심에서 벗어나 정말 이젠 내 사람들만을 가릴 때가 되었다는것. 남자를 만날 때도 예전보다 더 따지게 됬다는것.
왜 그렇게 빡빡하게 사냐 라고 물어온다면 할말은 없지만, 왠지 그래야 할것 같고 실제로 그렇게 살고 있는 자신이 나도 답답한게 한둘이 아니다.
나도 정말 '아무나'만나서 내 외로움을 달랠 수도 있고, 공부고 뭐고 내가 하고 싶은것만 잔뜩 누리며 살 수도 있고, 나보다 1살이 어리건 4살이 어리건 내가 맘에 들면 어떻게든 꼬셔볼 수도 있고, 한번가면 다신 오지 않을 20대를 정말 유쾌하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다양한 활동을 하며 살 수도 있을텐데 왜 그렇게 스스로를 옥죄며 현실, 현실, 현실! 이라는 무서운 틀안에 가두어 두려는지 답답해.

아.
날은 계속 더워오는데, 적어도 작년만큼의 열정이 있었다면 지금 이렇게 우울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 않을텐데...
열정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객관적 증거일까 주관적 망상일까.
또 다시한번 나이 먹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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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