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중국으로 출국하는 날. 실감이 나는 것 같으면서도 안 나는 것 같으면서도 그러면서 떨리고 긴장되고 두려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기대감이 제일 컸기에 정말이지 복잡미묘한 기분을 가지고 공항으로 향했다. 비단 외국을 처음 나가서뿐만 아니라 인천공항에도 무슨 연유건 가본 적이 없어서 공항으로 가는 길조차 낯설었다. 마이언트메리의 공항가는날이라는 노래가 갑자기 떠올랐다고나 할까?


엄마는 게이트에 들어갈 때까지는 같이 계시지 않고 가셨는데, 자꾸 울면서 잘하고 오라는 말씀을 반복하셨다. 도저히 눈물이 안 나오고는 베길 수가 없더라. 그렇게 엄마랑 진한 포옹을 뒤로 6개월간의 엄마의 모습은 마음속에 묻어둔 채 시은이와 함께 있었다. 게이트로 들어가야 해서 시은이와도 마지막 인사를 했는데, 늘 걱정했듯 시은이와의 이별이 너무 슬펐다. 울음을 참으려고 해도 잘 참아지질 않았으니까…… 시은이와도 그렇게 작별을 고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륙을 하면서 바라본 한국의 육지에 한번 뭉클, 한 시간 사십 여 분이 지나고 육안으로 보이는 중국의 육지에 또 다시 뭉클했다. 내가 중국에 오다니 집순이 김시화가 이곳, 이 넓디 넓은 중국이라는 땅에서 6개월동안 머물러야 한다니. 새삼 다시 한번 실감이 안 났다.  

몇 시간이 지나고 浙江 대학교에 도착.

내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모든 광경들이 신기하기만 했다. 신문에서만 사진에서만 보던 중국의 모습이 내 눈앞에 그대로 보이는 그 현실 자체가 믿기지가 않았다. 익히 보아왔고 들어왔던 중국이 미개하다는 말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에 비하면 객관적인 경제수준이나 사람들의 수준이 떨어질지언정 미개한 것 까지는 잘 느껴지진 않았다. 다만, 충격을 받은 것은 인명경시사상이 널리 퍼져있는 까닭인지는 몰라도 한마디로 무법천지라고 표현이 가능한 풍경이었다. 충격이었지만 그 말은 곧 신기하면서 재미있다는 말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니.

기숙사에 짐을 풀고, 아이들 몇 명과 함께 저녁을 먹으러 나갔다. 내가 묵는 기숙사는 절강대학교 옥천캠퍼스 31동기숙사인데, 기숙사 바로 앞에 후문이 있고 후문에서 오른쪽으로 쭉 걸어가면 한국식당이 몇 개 있다. 그 중 <한미관>이라는 식당에 들어가서 김치찌개와 순두부찌개, 김치볶음밥과 돌솥비빔밥을 시켜서 맛있게 먹었다. 내가 이곳 중국에 오면서 마음을 다진 것이 한 개 있다면 중국문화, 특히 식문화에 있어서 맛이라든지 모양이라든지 따지지 않기로 한 것. 이곳 <한미관>에서 파는 음식도 한국음식이지만 중국인 입맛에 맞춰져 있어서인지 늘 먹던 그 맛이 아니었다. 하지만, 불평이 나오진 않았다. 잠깐 여행도 그렇다고 수련회도 온 것이 아닌 내가 중국을 좋아해서 선택한 전공공부를 하러 온 것이기에 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기숙사에 돌아와 걸레질을 한 다음 짐을 풀었다. 바닥과 화장실의 위생상태는 정말 최악이었다. 내가 살기 전에 누가 살았든, 청소를 아예 하지 않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기숙사 상태에 그만 떡실신. 청소할 마음도 없었다. 솔직히 역겹기까지도 했다.



이걸 어쩌나 일단은 생각하지 말자, 그렇게 침대에 누워 마음을 다스리며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올렸다.

모든 것이 은혜이고 감사다. 지금으로서는 이런 상태로 6개월을 보낸다면 정말이지 끔찍할 것만 같지만, 일단 두고 보기로 했다. 재미있는 마음이 있고 앞으로 이 마음이 더 커질 것만 같은 그래서 적응할 것만 같은 자신감도 드니깐. 힘내보자 김샤.

'MY CITIES > SHANGHAI SPIRIT'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 5일 일요일  (0) 2010.09.14
9월 3일 금요일  (0) 2010.09.07
9월 2일 목요일  (0) 2010.09.06
9월 1일 수요일  (2) 2010.09.06
8월 31일 화요일  (0) 2010.09.02
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