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났는데, 온 몸이 쑤시다 못해 한대 두들겨 맞은 느낌이었다. 뭐가 되었든 컨디션이 너무 안 좋았다. 다음주 수업을 위해 등록을 하러 갔다. 절차가 뭐가 이렇게도 복잡한지, 솔직히 중문과에서 알아서 착착 해놓은 줄 알았는데 도대체 무엇을 해놓으신 걸까? 우리들이 기숙사등록하고 물론 예약도 안되어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우리 다 기절 수업등록하고, 인터넷신청하고 원래 이래야 하는 건가? , 불평은 그만!

등록을 마치고 아이들과 밥을 먹으러 나갔다. 이번에는 후문에서 오른쪽으로 가지 않고 왼쪽으로 걸어갔다. 사거리와 신호등, 표지판은 있지만 역시 대륙의 힘, 중국이네, 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막무가내인 교통질서에 그만 코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역시 어제 느꼈듯이 모든 것이 다 재미있다. 정처 없이 걷다가 우리는 <好又多>에 가기로 했다. 버스정류장에 가도 도대체 표지판을 읽을 수가 없으니 탈 수도 없고 결국 네 명씩 택시를 잡아탔다. 본의 아니게 기사 조수석에 앉아서 내가 말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 펼쳐졌기에 나는 去好又多 라고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앞에 을 붙였어야 했더라. 뭐 어쨌건 택시를 타고 도착해서 우리는 핸드폰을 먼저 사러 갔는데, 정말이지 미안할 정도로 우리가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못 알아듣고 서로 멀뚱멀뚱 바라보며 있었다. 뭐가 되었든 빨리 구입하고 그 자리를 떠야만 할 것 같았으므로 일단 내 핸드폰을 먼저 사고 맥도날드에서 빅맥런치세트(25)를 우걱우걱 먹고 난 뒤 장을 보러 갔다.



미영(Aka Roommate)이와 청소도구를 비롯한 살림살이를 잔뜩 사 들고 기숙사에 돌아왔다. 다시 배가 고파진 우리는 엄청난 시도를 했는데, 바로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는 것. 30개가 넘는 메뉴가 있는데 정말 아~~무 것도 몰라서 옆에 추천메뉴라고 써있는 네 가지 음식과 스프라이트를 주문했다. 음식이 하나씩 들어올 때마다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든 음식이 기름과 소금으로만 만들어진 것 같고, 재료도 정체불명이라서 감히 먹지도 못하고 밥만 끄적거리며 먹던 찰나에 인아가 기숙사에서 고추장과 김, 장조림 통조림을 가지고 와서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미친 듯이 먹었다. 역시 한국사람인가보다. 고추장이 어쩜 그렇게도 맛있는지 모르겠다. 눈물이 날 지경. 감사합니다. 조상님들
.

저녁을 먹고 다시 기숙사에 돌아와 드디어 화장실을 청소할 시간! 미영이와 나는 마음을 굳게 다지고 청소를 시작했다. 내가 차마 중간과정까지는 말하고 싶지 않다. 내가 표현력이 딸린 것인지 아니면 그 상태를 표현할 단어가 한글에는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역겨움을 넘어선 더러움이었다. 태어나서 그렇게 더러운 화장실은 처음 보았다. 이놈의 대륙의 대학에서는 전혀 청소를 안 하나 보다. 청소를 하면서 느낀 건데, 집 나오면 고생이고 엄마가 갑자기 너무 그리워졌다. 평소에 좀 도와드릴걸 흑흑.

청소를 마치고 우리는 구입한 핸드폰으로 가족에게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오래도록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마치 블랙홀처럼 침대에 잠에 빠져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니와 녹초가 되어버린 몸을 일으켜 세울 수가 없었기에. 그렇게 둘째 날은 오로지 한가지 교훈 엄마가 화장실 청소할 때 도와드리자를 가슴 깊이 뼈저리게 심어두고 잠에 들었다.

덧붙이기: 중국의 락스는 진짜 개토가 나온다. 지금도 생각하면 진짜 어처구니 없는 웃음만 새어나올 정도로 냄새가 거의 살인수준이었다. 나 화장실 청소하면서 아 내가 이대로 골로 가는구나 를 절실히 느끼게 해줬던 냄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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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