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잠이 너무 안 와서 3시가 거의 다되어 잠이 들었다. 8 30분에 口述시험을 위해 일어났는데, 어제 청소를 너무 열심히 한 까닭인가 어깨에 5키로짜리 아령을 하나씩 메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씻고, 시험을 보러 갔다. 내가 솔직히 유창하진 않아도 듣기가 좋진 않아도 어느 정도는 가능한 데 시험 때는 왜 입을 도저히 못 열었는지 지금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잘 치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떨린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어찌되었든지 간에 레벨테스트는 차마 말하기 부끄러운 점수. 잠시 묻어두고 미영이와 아침을 먹으러 갔다. 한국 식당가를 다시 갔는데, 아침 일찍이라 그런가 청소하고 영업을 하지 않기에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있는 볶음밥과 국수를 파는 식당엘 들어갔다. 가장 기본적인 계란볶음밥과 소고기국수를 시켰는데, 음 늘 말했듯 기름과 소금으로만 간을 한 것 같은 맛이었다. 불평은 하지 않기로 했기에 볶음밥 한 접시를 후딱 해치웠다. 의외로 기름에 절인 밥맛이 나쁜 것만은 아니니깐…… 뭐 사람이 먹는 음식인데 먹을 만 했다.




아침을 그렇게 먹고 바로 슈퍼에 들어가 콜라를 사서 마셨다. 중국에 온지 몇 일 안되었지만, 탄산음료를 하루에 몇 병이나 마시는지 모르겠다. 음식이 느끼하니까 중국사람들도 차 아니면 탄산음료를 꼭 들고 다니며 마시는 것 같다. 어찌되었건 콜라를 들이키고 근처 과일집에 다시 들려 사과와 바나나, 거봉 한 송이를 사 들고 기숙사에 왔다. 今天的天氣熱死了. 중국에 온 3일 중 가장 더운 날씨였다. 에어컨 앞에서 땀을 식히고 필기 시험을 보러 다녀온 뒤 에어컨과 선풍기를 모두 틀어놓고 포도를 씻어 먹으면서 영화를 보았다. 노트북에 있는 단 한 편의 영화 <He’s just not that into you>. 이럴 줄 알았으면 화양연화나 중경삼림을 가져왔어야 하는 건데! 아쉽구랴. 영화를 보다가 미영이와 잠에 들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5시가 다 된 시간이어서 우리가 원래 오늘 하기로 했던 캠퍼스투어를 위해 서둘러 나갔다.



정문 쪽으로 계속 걸어가는데,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우리를 한 번씩 쳐다보고 지나갔다. 한국에 있을 때 나도 외국 유학생들보면 신기하게 쳐다봤는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얼굴에 나는 외국인이라고 써있는지 몰라도 고개를 돌리면서까지 모든 사람들이 쳐다보는데 그 수많은 시선이 감당이 안 돼서 말도 제대로 안 나오고 눈도 못 마주쳤다. 정문 밖에만 나와도 학생보다는 일반 중국 서민들이 많아서 무섭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짠하기도 하면서 중국의 낙후된 경제수준을 왠지 굳이 따지지 않아도 사람들의 모습만으로도 머릿속에 그려졌다. 해가 너무 일찍 져버려서 못다한 캠퍼스투어를 뒤로 하고 기숙사에 다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학교슈퍼에 들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에그타르트 칭따오맥주, 안주 몇 개를 사 들고 기숙사에 돌아와 또 바로 내가 잘하는 식도에 털어 넣는 짓을 하고 나니 오늘의 맥주타임.

여덟 명의 여자들이 한 방에 쭈그리고 모여서 칭따오맥주와 씨후맥주를 들고 무지막지한 대륙의 과자를 먹으면서 그야말로 폭풍 수다를 떨었다. 칭따오맥주의 맛은 음, 뭐랄까 한국의 코로나와 비슷한 맛이라고나 할까? 톡 쏘는 맛도 없고 밍밍하고 도수도 높지 않아 그냥 음료수 마시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나름 유명한 청도맥주인데, 맛은 봐줘야 하니까 나는 두 캔을 그냥 홀랑 다 마셔버렸다. 대륙의 과자는 간간히 맛있는 것이 있겠지만 서도 뭔가 이곳 사람들은 고기맛, 꼬치맛, 그냥 소금맛, 토마토맛 등을 특히 좋아하는 것 같다. 한국에서 먹던 스테이크 맛의 포카칩을 생각하고 과자를 잘 못 샀다가는 진짜 말 그대로 개토하는 경우가 있으니 모두모두 조심하길 바란다.

폭풍 수다를 한참 떨고 나니 시간은 이미 12시가 훌쩍 넘긴 시간. 여덟 명의 수다스런 아가씨들은 아무런 스케쥴도 없는 내일을 걱정하며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햇반을 위해 내일은 한국슈퍼를 꼭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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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