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돌아온지 어느덧 2년이 훌쩍 지나갔다. 여전히 머릿속은 그 때의 추억들로 내 마음은 그 때처럼 쿵쾅 뛰고 있는데 2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다. 역시 다 지나고 나서야 아는 것이 시간의 흐름이라지만 이 새끼 너무 빨리 지나가는 거 아니니? 조금만 천천히 더 느낄 수 있게 조금만 속도를 줄여줘. 


심심할 때 뉴욕에서 찍었던 사진을 다시 본다. 이유를 몇 가지 꼽자면 첫째, 그리워서 그렇다. 그냥 항상 나는 그 곳이 그립다. 둘째, 다시 기필코 돌아가리라는 희망과 다짐을 하게 만든다. 사실 10월 17일 뉴욕행 티켓을 끊었지만 사정으로 인해 그 마저도 취소했다.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 뉴욕 사진을 보며 내가 다시 그 곳에 가 있는 그 날을 희망하게 만든다. 셋째, 내가 사진을 참 잘 찍었고 참 더럽게 많이도 찍었다. 뉴욕에 있었던 시간동안 사진을 8,000장 찍었다면 뭐 이미 말 다 했다. 물론 셀카 포함. 쓸데없는 음식 사진 포함한 거지만 말이다. 뉴욕에서의 시간이 소중했었던 증거는 이 8,000여 장의 사진으로 남아있으니 어찌 보지 않을 수 있으리. 


블로그에 전에 업로드 했던, 인생사진이랍시고 프로필로 지정해놨던, 추억팔이용 단골 사진 말고도 그동안 내가 슥슥 넘겼던 사진 중에 건질 것들이 많았다. 의외로 내 카메라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렇게 시간이 지나니 소중하다 못해 애를 끓게 만드는 것처럼, 순간은 소중하고 특별하다. 그리고 의외로 내가 사진을 잘 찍기도 했다. 


앤디워홀이 그런말을 했다. "누구나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으니까(Anyone can take a good pictures. Anybody can take a picture)" 내가 찍었던 뉴욕의 사진들은 모두 좋은 사진으로 남아있다. 이 '좋음'을 많은 사람들이 같이 누렸으면 좋겠다. 


_ 차이나 타운을 지나다가 마주한 마사지샵, 입구가 무시무시해보인다. 


_ 메트로폴리탄 뮤지엄 방문객 티내기


_ 브룩클린 브릿지 위에서도 보이는 여신님, Hello Down there


_ 어디선가 진행중이던 파이어웍스.


_ 화창한 날 유니온 스퀘어에 모인 아이들. 얘들아 어린애들한테 양보들 좀 해라.


_ 강아지가 귀여워 찍으려 했는데, 왠지 그럴듯한 그림자 사진이 탄생. 


_ 코요테 어글리에서 맥주 한잔, 직원과도 한 컷.


_ 본인들 몸채만한 인형을 어깨에 얹힌 채 걸어가는 두 명의 사내... 라고 쓰고 덕후라고 읽는다.


_ 브룩클린 윌리암스버그 스모개스버그의 셀러오빠들. Don't look at me like that...


_ 아무리 봐도 지겹지 않은 미드타운.


_ 뉴욕 도착하기 며칠 전부터 폭설이 내렸었단다. 곳곳에 쌓여 있는 눈. 


_ 센트럴파크에서 정체불명의 촬영을 하고 있는 아이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생각났지. 


_ 혼자 폴짝대며 사진찍던 내가 다가와 같이 뛰자던 아저씨와 다시 폴짝폴짝.


_ 5번가, 그리고 연두색 헤어스타일.


_ 자전거랑 사진 찍으려 포즈 잡고 있던 찰나 다른 놈이 포즈 인터셉트...


_ 꽃은 항상 아름답다. 


_ 앞에 있던 외국인이 웃기는 바람에 빵-


_ 버스에서 졸다가 한 정류장을 더 가서 내려 집으로 걸어오던 중 보이던 맨해튼 야경. 


_ 돈 벌기 힘들지? 


Posted by shasha kim :

좋아하는 영화 장르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 나는 늘 그렇듯 당당하게 "갱스터 영화요" 라고 답한다. 아 진짜 갱스터 영화 안 좋아하게 생기셨는데라고 대답이 들려오면, 훗, 왠지 모를 아찔함이 있다. 아무도 이해 못하는 나만 느끼는 일종의 허세다.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나 예술가를 꼽으라면 하루종일 리스트업을 해도 못할터지만 만약 그 앞에 "가장" 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나는 바로 답할 수 있다. 나의 가장 좋아하는 영화 배우는 알파치노이고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스카페이스일테다. 아, 근데 그렇다고 해서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이 스카페이스는 아니다. 스카페이스의 랩 실력은 인정하나 그는 그냥 리스트업에도 안 들어가는 내겐 암튼 그런 존재 쏴리.


오늘 오랜만에 반가운 기사를 접했다. 마틴 스콜세지의 새 신작 영화에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다시 뭉친다는 소식이었다. (▷기사보기) 영화의 장르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물론 갱스터 영화다. 이 얼마나 반갑던지 머리가 쭈뼛, 닭살이 돋을 지경이었다. 내가 사랑하는 두명의 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함께 나온다니. 지금은 아쉽게도 파파 할아버지가 되셨지만 여전히 내게는 젊을 시절 눈빛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듯한 카리스마로 기억되는 이 두명을 다시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니 행복하다. 빨리 보고 싶다. 


내가 누누히 말하건데, 해외 유명 셀러브리티가 이 세상을 떠나고 나서 울었던 적이 딱 2번이 있는데 첫번째는 마이클 잭슨이었고 두번째는 로빈 윌리암스였다. 대성통곡 수준은 아니지만 며칠간 참 우울했던 기억이 있는데 말이지, 만약에 이 두 할아버지가 돌아가신다면 나는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픔에 빠질 것 같다. 대성통곡은 물론이거니와. 내가 그만큼 할아버지들을 좋아해요 내가 진짜로 정말이예요 사랑한다구요. 이 두 할아버지의 모든 갱스터 영화는 다 챙겨봤다구요. 라고 나의 이 두 배우에 대한 사랑을 한번 어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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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asha kim :

홍콩 여행을 가게 되었던 경위는 다 예상 밖이었다. 


사실 중국이라고 하면 - 물론 홍콩은 중국과는 별개라고 봐야겠지만 - 나는 내가 있었던 항주나 상하이 말고는 관심이 없었다. 작년 여름 휴가로 정말 갑자기 홍콩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관심도 없었고 뭐가 유명한지도 아무 데이터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나였다. 갑자기 홍콩이라니. 


워낙 여행을 갈 때 일정을 세우고 떠나는 스타일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랜드마크 정보만 수집하고 걷다가 괜찮아 보이면 들어가서 먹고 보고 노는 스타일이여서 작년 홍콩 여행도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나 다운 여행이었다. 그러다가 낯선 사람 만나면 맥주 한 잔 마시기도 하고, 한국 사람들과 번개하기로 하고 뭐 그런거 말이다.


그렇게 일년이 흘렀다. 작년에는 꼬박꼬박 돈을 벌던 직장인이었지만 지금은 집에서 밥만 축내는 - 사실 집에서 밥을 먹진 않는다. 매번 나가서 사먹지. 근데 그게 더 못됐다 이것아. -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에 여행은 무슨 심지어 10월달에 계획해둔 뉴욕 여행 조차 실행 불가능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절친 은하가 갑자기 쌩뚱맞은 소리를 건냈다. "홍콩 여행 갈래?" 뭐래. 하고 난 웃어넘겼지. 하지만 지금은 안다. 이미 그날 은하의 문자를 받은 그 순간부터 나는 졌다. 그 말 하나가 그냥 앞 뒤 분간하지 않고 나를 움직이게 했으니 말이다. 충분한 돈도 없었고, 백수 주제에 여행이라니? 미쳤어? 아니? 뭐 어때? 하룻동안의 내적갈등을 겪었지만 이미 난 졌던 거야. 이미 마음은 홍콩에 가 있었잖아.


15년지기 절친과 처음으로 떠나는 해외 여행, 나에게는 두번 째 홍콩 여행이었지만 마치 처음처럼 아니 어쩌면 처음보다 더 설레고 흥분된 마음으로 가득 찼었다. 비단 곁에 절친이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여러가지로 마음이 복잡하고 지쳐있었던 내게 예상치 못한 홍콩 여행은 많은 것들을 채워주고 덜어내도록 했다.


뉴욕, 상하이 그리고 내가 있는 이 곳 서울, 내가 사랑하는 이 3개의 도시 리스트에 철옹성처럼 다른 도시가 들어오거나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 자리를 이렇게 홍콩이 물 밀듯 밀려 들어왔다. 내게 홍콩은 저 3개의 도시만큼 내게 가슴을 뛰게 하는 곳이 되버렸구나. 


예상 밖의 경험을 거치며 내 안은 더 단단해지고 있고, 더 풍부한 이야기 거리들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Posted by shasha kim :

자연보다는 인공이 만들어낸 야경을 정말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다. 나는 어쩌면 정말 도시와 어울리는 사람일지 모르겠다. 

야경을 정말 좋아하니, 유명한 곳은 왠만큼 다 본 것 같다. 뉴욕, 상하이, 홍콩. 다른 곳도 있겠으나 그래도 이 정도면 야경으로 먹어주는(?) 곳 아닐까 싶은데 맞지? (누구한테 물어봐?) 

서울에 여행오는 많은 외국인들이 서울의 야경에 감명을 받고 돌아가는 걸 많이 지켜봤다. 아니, 도대체 왜? 어디가? 하며 나는 반문했지만 그들에게 서울이란 도시는 역시 야경이 참 멋진 도시였다. 서울에 살면서, 정말 평생을 서울에만 살면서 단 한번도 서울 야경에 대한 로망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외국에서는 인공이 만들어낸 건물 숲을 좋아라 하면서 유독 우리나라 야경에는 건물들 보기 싫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이러니 하면서도 참 모순이다 나. 

내 도시를 사랑해야 다른 어느 도시를 가서도 잘 즐길 수 있을텐데, 더 사랑할 수 있을텐데 하는 생각이 문득 들게 만들었던 이 곳. 서울을 사랑하자. 그 어떤 도시들을 사랑하는 것처럼. 나의 도시를 사랑하자. 






Posted by shasha ki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