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댑터를 주세요.

2014. 5. 20. 13:57 from DAILY ARCHIVE


오늘은 왠지 멘탈이 너덜너덜. 

면접이 끝나고 다리에 힘이 풀려 앞으로 고꾸라질뻔했다. 


평소같았으면 길거리에서 사람들 시선 신경안쓰고 펑펑 울면서 집에 왔을텐데

어쩐지 눈물이 안났다. 눈물이 당장이라도 왈칵 쏟아질 것 같은 그 기분은 똑같았지만.


집에 오는길에 초콜릿을 잔뜩 사고 집에 와서 진하게 아이스커피를 한 잔타고 책상에 앉아서 음악을 틀었다. 

아주 달콤한 초콜릿 큰 덩어리를 입 안에 구겨넣고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방 안 가득 울려퍼지는 음악을 듣고 있으니

너덜너덜 해진 멘탈이 어쩐지 아주 조금씩 채워지는 기분이 든다.


아이폰이 이상하게 사용하면 할 수록 충전속도가 느려진다. 

사용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는 충전 어댑터를 꽂으면 30분 정도 지나면 곧 100%로 충전이 되었는데 

요즘에는 한시간이 지나도 100%로 채워지진 않는다.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아무것도 모르고 경험해보지 못했을 때는 힘든일이라고 규정되어진 것들과 맞닥뜨렸을 때

친구의 농담 한 마디, 초콜렛 한 조각, 어린 아이의 웃음 소리만 들어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회복이 되었었는데 

너무 많은걸 알아버린 지금은 멘탈 회복까지 꽤나 오랜시간이 걸린다. 


시간은 걸려도, 그래도, 오늘 다시 어댑터를 꽂는다.

결국에 어짜피 다시 100%로 회복될거니까. 

Posted by shasha kim :

현대카드가 14번째 컬쳐프로젝트 주인공이 존 메이어라고 밝히고 티켓을 예매하고 나서부터 단 하루도 공연날을 기다리지 않은 날이 없었다. 

존 메이어가 나에게 어떤 가수인데... 설레는 마음에 공연 전 날에도 잠을 제대로 못 이룰 정도였으니까. 


드디어 현대카드 컬쳐프로젝트 14번째 주인공 존 메이어(John Mayer)의 내한공연이 있는 5월 6일이 밝았다! 

공연은 잠실 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진행되었고, 4시부터 스탠딩 입장대기 시작한다고 하여 일찍갔는데,

입장 후 살펴보니 그럴필요가 있었나 싶다. 그냥 알아서 자리 차지하면 되는거였쟈나... 번호는 거들뿐...



한국 공연 전 바로 일본에서 3차례 공연을 가진 존 메이어(ㅠㅠ 일본 가지뫠...)가 과연 한국도 좋아할까...? 궁금해졌다. 

별 생각없이 내한공연 왔던 많은 뮤지션들이 한국팬들의-절대잊지못하는-떼창을 맛보고 나서는 반하고 돌아가지 않았나? 

그래서 존 메이어도 이번에 한국팬들의 멋진 떼창에 반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사실 존 오빠 노래중에는 딱히 떼창할만한게 없쟈나쟈나. 


7시가 되자 바로 공연을 시작했다! 등장하자마자 나 진짜 호흡곤란.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맨날 공연할 때 티쪼가리에 바지만 입고 꾸미지도 않고 나와서(물론 그것도 멋있지만) 한국에서도 그러지 않을까 했는데, 

잘생긴 얼굴을 천만배 더 잘생기게 해주는 멋진 스타일링. 호피 뿔테안경과 쟈켓 그리고 센스있는 머플러까지. 

진짜 세상에서 제일 섹시했다. 엄마, 세상에 저게 사람이야? ㅠㅠ 




공연 전에 트위터로 세월호 사건을 애도한다하면서,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트위터를 남긴 적이 있었다..

등장하자마자 인사를 한 후, 세월호 이야기를 꺼내면서 오늘 공연 2시간이 한국팬들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공연 수익금 전부는 기부할 것이라고 했다. 

존 메이어를 포함한 세션 전부가 노란 리본을 가슴에 꽂고 나온걸 보니... 아 생각마저도 섹시해. 사랑해요... 사랑해요...


공연 전 며칠 전부터 존 메이어 음악을 예습하면서 지난 몇년 간 공연했던 Setlist를 살펴봤는데, 보통 Queen of California나 Belief로 시작했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의 첫 시작 곡은 Queen of California 였다. 그리고 바로 이어진 No such thing! 꺄! 너무너무 신났다. 


그래오빠 여기야 여기! I see you........................................


그리고 다시 일렉기타로 바꾸더니 기다리고 기다리던 Belief ! 

초반에 솔로부터 시작해서 이어지다가 빌리프 도입부 기타 리프 나올 때 진짜 기절할뻔 했쟈나. ㅠㅠ

근데 넘어가는 부분에서 못찍었쟈나. 진심 흥분 초 절정 상태였다. ㅋㅋ




이어서 Half of my heart, Waitin' on the day, Vultures, Slow dancing을 불렀다. 사실 순서가 잘 기억이 안난다. 그냥 완전 거의 얼음상태로 감상했으니까. 

근데 진짜 전광판에 얼굴 클로즈업할 때마다 심장 멎는 줄 알았다. 진짜 엄청 섹시해. 섹시하단 말만 진짜 백만번 외친 것 같다. 

사람이 저렇게 섹시할 수 있냐며, 기타연주할 때 표정 진짜... 어제 비로소 내 변태성을 좀 엿볼 수 있었다...



공연을 본 모든 사람이 최고라고 꼽을 장면은 바로 솔로 부분일터. 

자기도 오랜만에 불러본다며 갑자기 Your body is wonderland를 연주하쟈나.ㅠㅠ...............................................

존메이어 데뷔 때가 생각났다. 그래미에서 왠 추리한 청년이 기타만 딸랑 들고 나와서 Your body is wonderland를 부르는데, 그 모습에 심장이 바운스바운스. 

그때부터 지금까지 존 메이어 왕팬이쟈나... 내 블로그니까 하는 말인데, 저 곡 시작하자마자 혼자 눈물 훔친건 비밀. 콧물까지 흐른 건 더 비밀. ㅠㅠ


어쨋든, 부르지 않을 것 같았던 원더랜드를 불러서 놀랍다는 게 아니다. 

1절 끝나고 간주 연주를 하더니 갑자기 6번 줄을 바로 숙- 하고 내려버리더라. 

그것도 놀라운데, 몇 번 튕기더니 바로 Neon 도입부를 연주하는게 아니겠나!!!!!!!!!!!!!!!!!!!!!!!!!!!!!!!!!!!!!!!!!!!!!! 

내 주위에 있던 사람들 진심 다 소리질렀다. 남자들 여자들 할 것 없이 진짜 다 이마잡고 뒤로 쓰러질뻔 했었다. 

Neon 중간에 솔로도 진짜, 대박이었다. 손에 꼽히는 기타리스트라는 이름이 괜히 붙여진 게 아니다. 




이 다음부터는 무슨 곡 불렀는지 기억이 진짜 안난다. Free falling, Wild fire, Dear marie 그리고 Why Georgia를 불렀던 것 같다. 

Why Georgia는 정말 가사도 너무 좋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곡인데 라이브로 들으니 정말 이루 말 할 수 없이 좋았다. 

이후 Edge of desire, Who says에 이어 또 가장 좋아하는 곡 중에 하나인 Waiting on the world 를 불렀다. 초반에 갑자기 드럼 솔로를 시킬 때부터 알아봤지! ㅎㅎ




아니, 어떻게 세상에 저렇게 섹시한 남자가 존재할 수 있는거지? 노래도 기타도 다 너무 잘하는데, 너무 잘생겼어. ㅠㅠ

공연 다녀온 남자들도 게이가 될 뻔(?) 했을 정도로 매너도 좋고, 실력도 뛰어난 존 메이어는 과연 그래미 7관왕의 레전드라 불릴 만한 뮤지션이다. 


Paper doll과 Face to call로 대미를 장식한 존 메이어는 굿바이 인사를 한 후 퇴장했다. 

아직, 떼창 안보여줬는데...뭐니뭐니 해도 마지막 곡이 Gravity 정도는 되야 하지 않나! 다들 앙코르를 외쳤다! 

차분한 모습으로 앙코르 한 곡을 위해 기타를 잡은 존 메이어, 역시 한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Gravity를 마지막 앙코르 곡으로 들려줬다! 

이 느리디 느린 노래를 따라 부르는 의지와 불굴의 한국팬들... 떼창 너무 감동적이다. 존 메이어도 감동 팍팍 먹고 돌아갔으면 좋겠다. 




외모가 너무 멋있어서 섹시하다라는 말만 늘어놓기에는 너무 완벽한 공연이었고, 

흠잡을 곳 하나 없이 모든 라이브가 완벽하다고만 하기엔 전광판을 뚫고 나오는 외모마저 너무 섹시했다. 

한마디로 존 메이어 내한공연은 정말 최고였다. 

왠만한 내한 공연은 빠짐없이 가는 데, 존 메이어 공연은 정말 최고의 공연 중 하나였다고 당당히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 이제 다시 존 메이어한테 빠져볼까. (?)

원래 공연 후폭풍이 더 심한 법. 당분간은 내 귀에서 존 메이어의 목소리가 떠날 날이 없을 것 같다. 

정말 멋진 공연 보여줘서 고마워요 꼭 다시 한국 오길! 

Posted by shasha kim :

예전에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라는 영화를 봤을 때 대체 이런 영화는 누가 만드는거지? 궁금해 감독을 찾아봤었다.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이라는 감독의 영화였는데 안타깝게도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전에는 이 감독의 영화를 한 개도 본적이 없었다. 물론 들어본적도 없었고. 

최근에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라는 영화로 다시 생각난 웨스 앤더슨 영화를 하나씩 찾아보기로 했다.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로부터 말도 안되는 시각적 충격에 휩싸여 웨스 앤더슨 감독의 모든 영화를 다 섭렵하고 아마존에서 웨스 앤더슨 컬렉션 북까지 구입했다.

뭐 하나에 꽂히면 물불을 안가리는 성격, 웨스 앤더슨때문에 다시 살아났잖아... 이런 내가 무섭다. 



다른 사람들이 평은 보지 않기로 했다.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를 보면서 느꼈던 그 때 그 느낌을 가지고 감상하기로 했다. 


먼저 나는 강렬한 색채, 아기자기한 소품과 배경 인테리어, 촬영 기법과 놀랍도록 정확한 균형감각에 말그대로 비주얼쇼크. 

로열 테넌바움(The royal tenenbaum) 초반에 등장인물소개 컷은 가히 압도적이다. 

그 어느 누구도 절대로 이 장면들을 '별것' 아니라고 못할 것이다. 10초도 안되는 한 컷에 이 캐릭터의 모든게 다 들어가 있잖아. 그야말로 소오름. 




웨스 앤더슨 영화라면 위에 언급한 특징들도 주목할만 하지만 무엇보다 놀라운건 아무래도 인물 묘사가 아닐까 싶다.

체스의 뽀글머리, 표정에서부터 드러나는 안전에 대한 강박 혹은 마고의 금발 단발머리에 빨간핀, 롱 모피코트, 아무 감정없는 듯한 감정. 

비단 외모로부터 보여지는 각각의 개성을 알 수 있을뿐더러 그 자체로 이 인물이 어떤 성격의 소유자이고 어떤 행동을 보일지 예상이 된다는 점이다. 

인물 묘사를 어떻게했느냐 살펴보는 것도 일이다. 절대 한 번보고는 알 수가 없다 없어. 


다즐링 주식회사(The Darjeeling Limited)에서도 삼형제를 비슷한듯 조금씩 다르게, 그러면서 각 특징을 살려 묘사한게 정말 잊혀지지 않는다. 



다즐링 주식회사는 사실 한 번 봤을 때 내용파악이 전혀 안 됐다. 비로소 한 번 더 보고 나서 내용도 이해하고 의미도 느낄 수 있었다. 누가 내 이해력좀 케어해주쟈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사망소식을 알리기 위해 인도에 살고 있는 엄마를 찾아 나선 삼형제가 '다즐링 주식회사'라는 인도기차를 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

1년만에 뭉친 삼형제는 계속 '우리는 서로를 믿지 못해'라는 말을 하는데, 그런 불안한 형제들간의 관계가 

영화 끝에 이르러서는 '이런 이런 일 때문에 이들의 형제애는 두터워졌느니라...'를 너무나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영화다. 


잭은 헤어진 여친한테 병적으로 집착하는 집착남이지만, 역시 어딜가도 막내는 막내 티를 낸다. 

석탄으로 칠한 듯한 쌔까만 수염으로 노안포스를 풍기지만 사실 형들한테 의지하고 싶은 모습들이 영화 곳곳에 보인다.

아버지 선글라스를 아주 왠종일 끼고 있는 둘째 피터는 말하거나 뭘 집중해서 볼 때 꼭 선글라스를 이마 언저리에 올려놓는다. 첨에 웃겨 죽는줄 알았다.

수면안대까지 맨날 이마에 올려놓잖아. 나는 피터 캐릭터가 제일 좋다. 그냥 뭔가 삼형제중 제일 마음이 따뜻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서먹했던 형제 관계를 돈독하기 위해 노력하는 맏형 프란시스. 의젓한 척해도 얼굴에 칭칭감은 붕대만으로 삼형제 중 제일 허당처럼 느껴지쟈나. 

사실 웃긴게 프란시스가 관계 회복을 위해 딱히 뭘 한 것 같지는 않지만, 역시 첫째답게 나처럼 행동보다는 말만 앞서는 모습이 있긴해도 

결론적으로 프란시스 덕분에 인도 여행이 진정으로 'Spiritual journey'가 된 점에는 부인할 수 없다.



요즘 이렇게 웨스 앤더슨에 푹 빠져 그의 필모들을 하나씩 천천히 보고 있던 찰나, 교보문고에서 봤던 이 책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수입 Art book 기획전이 진행중이었는데, 마침, 정말 마침, 웨스 앤더슨의 컬렉션북이 있었고, 나는 그 자리에서 책을 정독했다.

웨스 앤더슨의 열개 남짓 필모의 이모저모를 살펴볼 수 있는 컬렉션 북. 

영화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일러스트 그림들, 웨스 앤더슨의 작품관, 촬영 기법 모두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정말 값진 책이다. 

바다 건너온거라 가격이 5만원이 넘는 가격인데 아마존에서는 Shipping 비까지 $ 33불정도밖에 안하쟈나. 집에 오자마자 당장 주문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어떻게보면 기법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인정을 받긴 하지만 그에 대비하여 각본이 약하다는 평이 있다. 

조금은 유치하고, 여성적이고, 동심에 가깝고, 자극적이지 않은 소재를 끌어다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어떻게 보면 또 웨스 앤더슨만의 특징이겠지?

일단 내용에 집중하기 전에 시각적으로 볼 것이 가득하니, 일단 100개의 눈을 미리 준비해주세요. 

한 컷 한 컷에 담긴 디테일하고 아기자기한 요소들이 많아 살펴봐야 할 것이 가득한 웨스 앤더슨의 영화들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다. 

Posted by shasha kim :


살면서 한 번도 위기를 겪지 않는 사람은 없으며 다시는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은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 거리기를 내 일은 아니라며 무시할 사람도 없다.

그럼 문제는 얼마나 그 위기의 시간을 지혜롭게 끈기를 가지고 버텨내야, 이겨내야 하는지에 달렸다. 


취업이 참 안된다. 나이는 많고 경력은 애매하고, 사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모르겠고 (있었지만 사라져서 다시는 하고 싶다는 말을 못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알량한 자존심때문에 이름있는 회사에 들어가자니 스펙이 안되고, 스펙을 키워 들어가자니 나이가 안되며 

지금은 그야말로 이도 저도 안된 상태에서 시간만, 집의 밥만 축내고 있는 사람이 되버린 것 같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사실 참 긍정적인 사람이다. 내가 긍정적인 사람이라기보다 긍정적인 말을 참 많이 했다. 

스스로를 주문걸기도 했고, 그래서 좋았던 결과가 많았기 때문에 늘 긍정적인 소리를 입밖으로 계속 냈던 것 같다. 지금은 그 마저도 못해버릴 처지가 되었지만.

어쨋든 지금은 지금이고, 그때의 좋았던 순간들을 기억하려고 한다. 

결과가 같다면 그 위에서 말했듯 그 과정을 잘 버텨내는 사람이 나중에 더 값진 경험을 했노라 당당히 말할 수 있을테니까. 


자존감이 바닥을 치닻고 있을 몇 년전, 대학교 4학년을 모두 마치고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전 집 근처에서 알바를 했었다. 

자존감이 바닥인 상태에서 아주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었다. 그 어느 누구 나에게 위로될만한 말을 건네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 사람보다는 하나님이지. 기도의 힘으로 그나마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고 있었던 그 때. 죽을 때까지 잊혀지지 않을 일이 있었다. 


알바를 시작하고 3주 정도가 지난 시점, 예전에 입사지원을 했던 회사로부터 연락이 왔다. 면접기회가 주어졌고, 운좋게 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다. 

알바를 고작 3주밖에 하지 못하고 그만두게되어 죄송스러운 마음이 앞섰다. 마지막 날, 팀원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후 집에 와서 

마지막으로 팀장님께 그동안 감사했다고, 짧게 일하게 되어 죄송스럽지만 그동안 잘해주셔서 감사했다고 문자를 남겼다. 

그리고 이어 돌아온 문자 답장에 나는 그 자리에서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시화씨는 어디가나 예쁨받을 사람이예요"


핸드폰을 양손으로 붙잡은 채로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어 소리내어 몇 십분을 울었다. 

나를 오랫동안 봐오지 않은 제 3자로부터 나에 대한 좋은 소리를 들어본 적이 정말 처음인 것 같았다. 

내 스스로가 하찮하다고 느끼며 지내왔던 몇 달간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저 문자 하나에 내 마음이 치유가 되었다. 너무 큰 위로가 되었다. 

난 아직도 이 얘기를 남들에게 하거나 혼자 생각하게 될 때면 눈물이 흐르는걸 막을 수가 없다. 


그 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의 모든 게 흔히 '잘 풀린다' 라고 느끼게 되었던 시점이.

내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정말 피부로 깨닫고 내 스스로를 사랑하고 나니 다른 사람도 나를 많이 따르고 나를 많이 좋아해주는 것 같았다.

자신감이 충만해졌고, 일의 능률도 오르고, 무얼 하든 기쁨과 배움으로 하게 되고, 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기죽지 않고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잘 어필하니

여러 남자에게서 대쉬도 받았고, 멋진 남자친구도 사귀고, 그러다가 회사에서 좋은 기회를 주어 뉴욕에 가게 되고. 참, 1년 만에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내가 그렇게 꿈꾸던 뉴욕에 가게 된 것 역시 참 좋은 기억이다. 그 때만 생각하면 그 좋았던 기분을 어떻게 감추었는지 모르겠다. 

지금 같았으면 펄쩍펄쩍 뛰며 동네방네 소문냈을텐데. (사실 그럴만한 가치가 엄청나게 있는 건 아니지만)


뉴욕에 가서 초등학생때부터 꿈꾸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바라보며 말 못할 기분에 눈물만 주르륵 흘렀고,

늘 언젠가 내가 타임 스퀘어에 가면 "뉴욕! 내가 왔어! 내가 뉴욕에 왔다고!"하면서 외치리라 했던 마음 한 구석 소원을

진짜 타임스퀘어 한 중간에 서서 "나 진짜 뉴욕에 왔어! 내가 뉴욕에 왔다구!!" 외치며 이루게 될 줄을 그 어느 누가 알았겠는가. 


그리고 지금. 온갖 눈물과 아픔과 상처 그리고 유악함과 낮아진 자존감으로 얼룩진 요즘의 내 마음과 육체와 정신이 

또 다시 그 때처럼 치유될 날이 언젠가 오지 않겠는가 생각하며 참고 기다려야 하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희망의 빛 줄기조차 없으리라는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더 지배하고 있다. 


그래도, 진짜 그래도, 주변사람에게는 여전히 나는 긍정적인 사람으로 비춰지도 있다. 

그게 정말 껍데기만 그렇다는 걸 들키지 않으려면 내 스스로가 긍정적인 생각에 합승해야한다. 체화해야 한다. 

좋았던 그 때 그 순간을 기억하자. 

지금의 부서질 것 같은 마음도 다시 풀칠로로 칠한 듯 붙여줄 위로의 한마디를 해 줄 사람이 언젠간 나타날 것이며, 

그래서 결국에는 다시 박차고 일어나 모든 일이 다 잘될 거니까, 조금만 더 참자. 


9개월을 기다렸는데, 더 못기다리겠는가. 

곧 괜찮아질거야. 

Posted by shasha kim :


어렸을 때부터 타고난 덕력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한 번 빠져들면 단기간이든 장기간이든 아주 깊게 덕질을 해대는 내 모습에 가끔 놀랐다. 

덕질을 하게 생긴 외모가 따로 있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덕질하게 생기진 않은 것 같은데... 


아, 어쩔수가 없쟈나. 


이번 대상은 크리스 에반스(Chris Evans)다. 

사실 최근부터 좋아하게 된 건 아니다. 난 심지어 크리스 에반스를 판타스틱4에서 나왔을 때부터 쟤 되게 귀엽다고 하면서 지켜보고 있었으니. 

물론 덕질의 발화점이 된 건 최근의 어벤져스와 캡틴아메리카 때문이라는 점은 부정하지 않겠다. 


지금 같은 하늘 아래에서 숨쉬고 있는 캡틴 아메리카 크리스 에반스의 일상 속에는 아주 엄청난 것이 숨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체크!!!!!!!!!!!!!!!!!!!!!!!!



파티장에서도!!!!!!!!!!!!!!!!!!!!!!!!!!!!


체크!!!!!!!!!!!!!!!!!!!!!!!!!!!!!!!!!!!!!!! 


파파라찌에 찍힐 때도!!!!!!!!!!!!!!!!!!!!!!!!!!!


체크!!!!!!!!!!!!!!!!!!!!!!!!!!!!1


같은 패턴이 하나도 없다는게 함정!!!!!!!!!!!!!!!!!!!!!!!1


시상하러 나와서도!!!!!!!!!!!!!!!!!!!!!!!!!!!!!!


공식 석상에서도!!!!!!!!!!!!!!!!!!!!!!!!!!!!!


체크!!!!!!!!!!!!!!!!!!!!!!!!!!!!!!!!!!!


체크 셔츠에 가죽 조끼를 끼얹나. 


체크!!!!!!!!!!!!!!!!!!!!!!!!!!!!!!!!

어랏? 내한할 때 입고왔던 그 체크!!!!!!!!!!!!!!!!!!!!!!!!!!!!!


내 체크 멋지지!!!!!!!!!!!!!!!!!!!!!!!!!!!!!!!!!!!


오늘 입은 체크가 맘에 들은 모양!!!!!!!!!!!!!!!!!!!!!!!!!!!!!!!!


이날 입은 체크는 맘에 안들었는 모양!!!!!!!!!!!!!!!!!!!!!!!!!!!!!!!!!


흰 피부를 더 돋보이게 해주는 체크!!!!!!!!!!!!!!!!!!!!!!!!!!!!!!!!!!!!


또 체크!!!!!!!!!!!!!!!!!!!!!!!!!!!!!!!!!!!


체크 셔츠 입고도 멋진 크리스지만, 더 멋있음을 뽐낼때가 있었으니, 그때는 바로


남이 입혀줬거나!!!!!!!!!!!!!!!!!!!!!!!!


벗었거나!!!!!!!!!!!!!!!!!!!!!!!!!!!!!! 


좋다...


텀블러에서 크리스 에반스 사진 검색하느라 요즘 정신이 없다. 

아침에 눈만 뜨면 찾아보고 사진 보고 헤벌쭉 웃고 크리스 나온 영화 다시 돌려보고...


어벤져스2 강남대로 촬영할 때 나가봐야지. 운 좋게도 집 근처니까! 

꼭 나와요 캡틴!!!!!!!!!!!!!!!!!!!!!!!!!!!!!!!!!


마무리는 크리스의 빙구 매력과 함께... 


놔 귀욥따고???????????????????


나한테 찍어서 보내는거야????????????????


뭐하는짓????????????????????????

Posted by shasha kim :


나는 비틀즈를 참 사랑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어느 누가 비틀즈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겠냐만은. 


위키트리가 정리한 새삼 놀라운 비틀즈에 관한 24가지 사실, 읽어보니 재밌다. 

나름 많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몰랐던 사실이 많다. 



1. 비틀스 활동기간은 7년이 채 안 된다. 카라, 소녀시대, 원더걸스가 비틀스보다 오래 활동했다. 

2. 짧은 활동 기간 동안 210곡을 발표했다. 매달 2~3개의 신곡을 발표하는 속도.  

3.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는 빠른 속도로 어디서나 곡을 썼다. 집에서, 버스에서, 파티에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밥 먹다가... 폴은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 존의 집에 가서 몇 시간 뚜딱 맞추면 한 곡이 나오곤 했다. 새로운 곡 없이 집을 떠난 적이 거의 없었다"고. 



4. 곡 스타일의 진화가 엄청나게 빨랐다. 'I want to hold your hand'와 'A day in the life' 는 겨우 4년 차이. 

5. 멤버 4명 모두 악보를 볼 줄도, 쓸 줄도 몰랐다. 



6. 동방신기, 빅뱅, 엑소처럼 10대 여학생들을 사로잡는 보이그룹으로 시작했다. 

7. 비틀스가 오디션을 봤던 데카 레코드 사는 "4인조 밴드는 시장에서 사라지고 있다"며 계약을 거절했다. 그러나 비틀스는 '밴드 음악'의 전성 시대를 활짝 열었다. 데카의 결정은 20세기 최악의 비즈니스 오판(誤判) 중 하나로 손꼽힌다.   

8. 1964년 팬들의 스토킹에 시달린 비틀스는 이들을 피해 그리스 인근의 섬 하나를 구입하려 했다. 이 섬은 기타 모양이라고 한다.   

9. 비틀스 음악은 '20대'가 만든 음악이다. 비틀스 해체 때도 멤버들은 모두 20대였다. 

10. 비틀스는 '반지의 제왕' 영화화에 관심을 보였고, 스탠리 큐브릭이 감독을 맡아주길 원했다. 그러나 큐브릭 감독은 당시 기술로는 '영화화'가 불가능하다며 이를 거절했다. 

11. 'Yesterday'는 폴 매카트니가 꿈에서 멜로디를 듣고 쓴 곡이다. 하지만 폴 본인도 어디선가 들은 걸 무의식적으로 베낀 건지 확신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표절 논란이 빚어진 적은 없다. 


12. 비틀스는 한번에 빌보드 차트 1~5위를 모두 차지한 유일무이한 뮤지션이다. 1964년 4월 첫째주 1위~5위는 순서대로 Can't Buy Me Love, Twist And Shout, She Loves You, I Want To Hold Your Hand, Please Please Me 였다.  


13. '애비 로드' 앨범에 나온 하얀 비틀의 번호판 'LMW 281F'는 여러 차례 도난 당했다. 


14. 'I Want You (She's So Heavy)'는 8분에 달하지만, 가사는 단 14개 단어로 이뤄져 있다. 이 곡은 멤버가 모두 모여 레코딩한 마지막 곡인데, 끊임없이 리프가 반복되다가 갑작스럽게 끝난다. 마치 비틀스의 마지막을 은유하듯.   

15. 'The End'에는 링고 스타의 유일한 드럼 솔로가 나온다. 하지만 링고가 드럼 솔로를 너무 싫어했기 때문에, 다른 악기들과 함께 연주한 후 후반 작업을 통해 다른 악기 부분을 없앴다.  

16. 존 레논은 중산층 출신으로 경제적으론 부족하지 않은 유년 시절을 지냈다. 폴, 조지, 링고야말로 정통 노동자 계급 출신이다. 


17. 위키피디아에선 비틀스 앞의 'the'를 대문자로 써야하는지, 소문자로 써야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왜냐면 존 레논은 비틀스를 'the Beatles'로 쓰곤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식 트레이드마크는 'The Beatles'로 돼 있다. 

18.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앨범 LP 뒷면에는 모든 곡의 가사가 적혀 있다. 이렇게 한 것은 비틀스가 사상 처음이다. 


19. 판매가 금지된 소위 '도살자' 앨범 표지. '헬프'와 '러버 소울'의 곡들을 섞어 놓은 특별 앨범인데, 도발적인 표지로 논란을 일으켰다. 이후 비틀스는 커버 사진을 다른 것으로 바꾸어 다시 내놓았다. 이 '도살자' 커버는 희귀 상품이 되었고 엄청난 가격에 거래됐다. 

20. 평화주의자의 상징이 된 존 레논은 질투심이 많았고 폭력적인 성향이 있었다. 존 레논은 전 부인 신시아를 때렸다고 한다. 또 학교 다닐 땐 여학생을 때려서 정학을 받은 적이 있었다. 

21. '조용한 비틀'로 불리웠던 조지 해리슨은 실제론 주변에 친구들이 많았고,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존과 폴에 비해, 주변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었다. 


22. 폴 매카트니는 그룹 내에서 누구도 베이스를 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울며겨자 먹기로 베이스를 맡게 됐다. 폴은 20세기 최고의 베이스 기타리스트 중 한 명으로 불린다. 억지로 맡은 것치고는 꽤 잘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23. 폴 매카트니는 칠순이 되도록 대마초를 많이 폈다. 그러다 어린 딸 베아트리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2012년 대마초를 끊었다. 

24. 곡 '페니 레인'이 나온 후, '페니 레인' 표지판이 워낙 도난을 자주 당해서, 리버풀 시(市)는 아예 표지를 벽에 박아버렸다.


 

* 기사 출처 : 위키트리, "새삼 놀라운 비틀스에 관한 24가지 사실'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165436

Posted by shasha kim :



봄 기운이 솔솔 일던 4월의 어느날, 

어떻게 보면 힘들었던, 어떻게 보면 꽤 즐거웠던, 어쨋든 4월의 어느날.
쇼핑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겸 소호로 향했다. 
 
1시에 도착하여 저녁 8시까지 장장 7시간을 쇼핑을 했다. 아니 도와주었다.
그리고 배가 고파 밥을 먹기로 했다. 
 
이상했다. 저녁 8시가 되지 상점들이 하나 둘 문을 닫고, 길거리는 텅- 비어버렸다.
물론 아직 저녁 기온은 쌀쌀했던 4월이긴 하지만 그래도... 뉴욕인데? 소호인데? 
다들 어디로 간거야! 
 
Spring Street 을 걷다가 중간 이상하게 사람들이 몰려있는 곳을 보았다. 레스토랑이었다. 
찾아보니 스페인 레스토랑이었다. 스페인 요리를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었으므로 이 곳에서 식사를 하기로 했다. 
 

BOQUERIA

171 Spring St, New York, NY

+1 212-343-4255 / boquerianyc.com



어두웠던 스프링 스트릿 가운데 환희 불을 밝히고 있던 보퀘리아. 

그냥 지나가다가도 한 번쯤 들어와보고 싶게 만드는 외관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자 기겁을 했다.

아직 8시밖에 안되었는데 다들 어디간거야! 했던 그들이 모두 다 여기에 모인 듯 레스토랑 안이 미어터질듯했다. 

다른데 갈 수도 있었으나, 그래도 먹어보기로 한 거, 웨이팅이 길어도 참고 기다렸다.



사람이 언제나 빠지나 조금 지루했던 웨이팅 시간. 

저녁식사 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사람들이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가, 자리가 더 쉽게 빠지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주황색 라이트가 가득한 레스토랑 내부. 

스페인 요리 특성 때문인지 짠내가 나기도, 향신료 냄새때문에 머리가 아프기도 했지만 은은한 와인향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 


메뉴판이 다 스페인어야. 

이럴줄 알았으면 스페인어 공부할 때 제대로 좀 해둘걸.

뭐, 주문은 내가 하지 않았으니 상관은 없었다.



기다리기 지겨운 틈을 타 안쪽에 사진도 찍고 구석에 위치한 화장실도 다녀왔다. 

이렇게 복잡한데 화장실은 왜 한개뿐인가. 


드디어 40분만에 자리에 앉았다. 그것도 입구 바로 앞^^ 계산대 바로 앞^^

정신없이 서서 기다렸는데, 먹을 때도 정신없이 먹었다. 아 땀나. 


스페인요리는 익숙치 않아 용어를 잘 모르겠다만, 바게뜨빵이랑 살라미? 하몽 슬라이스? 올리브랑 같이 먹으니 맛있었다.

하지만 너무 짰다. 진짜... 짰다. 

파에야는 맛있었다. 역시 좀 짰지만, 와인을 넣었는지 향이 좀 나는게 맛있었다. 한 번 더 먹고 싶다! 


이걸 꼭 먹어야 한다며 방정을 떨며 후식을 시키는 모습을 보고 또 피식 웃음이 나왔다.
후식은 츄러스였다. 따땃한 초코시럽에 찍어서 먹었다. 와우, 정말 맛있었다! 쌉사름한 초콜렛 맛이 기가막혔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나왔다. 여전히 스프링 스트릿 거리에는 사람이 없었다. 
다시 뒤를 돌아 Boqueria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2호선 출퇴근 지하철처럼 사람들이 미어터지고 있었다.

저녁시간, 소호에 사람이 없다싶으면 보케리아로 가자. 
맛있는 음식과 흥나는 분위기에 다들 나갈 기미가 안보였다. 

참...뉴욕커들에게 밤이란. 


Posted by shasha kim :

뉴욕에 있었을 시절 하루가 멀다하고 멕시칸 푸드를 먹었던 타코 귀신인 나도 진짜 반해버린 타코집.

요즘엔 외국 어떤 음식이 먹고 싶다고 징징 대기만 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이태원에 가면 어느나라 음식이든 먹을 수 있는 것 같다. 언제부터 이태원이 이렇게 달라졌을까.(좋은 의미임)


타코가 정말 너무 땡겼던 날, 

뉴욕처럼 블럭 코너마다 있는 치폴레에 들어가 먹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으므로 이태원으로 향했다. 

멕시칸 푸드도 언젠가부터 대중화가 되어 그릴파이브타코, 도스타코스, 바토스, 타코 칠리칠리 등 체인점도 늘어나고 있다. 

체인점이라 맛이 없다는 건 아니다. 타코 귀신이라 그런가 모든 이 세상의 타코는 다 맛있다.


하지만 이 날, 체인점 타코집을 뒤로 하고 들어간 하시엔다. 

이태원 안쪽에 위치한 이 곳, 진짜 정말이지 입을 너무 행복하게 해준 타코 맛에 반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시엔다(Hacienda)

이태원 역 4번 출구 뒤쪽으로 내려오다 첫번째 골목에 위치해 있다. 

사실 해밀튼 호텔 뒤쪽에만 맛집이 많은 줄 알았지, 이 뒤쪽은 많이 안 가본 것 같다.




칵테일만 마시고 있는 테이블이 하나 둘씩 늘어가고 있던 조금 늦은 저녁. 

타코 먹을 생각에 저절로 흥이 나쟈나. 



요즘 대세는 깔끔한 인테리어. 패턴보다 단색, 원색보단 무채색.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인테리어도 가만보면 작은 디테일 하나까지 신경쓴 부분이 보인다.


배가 너무너무 고파. 보이는대로 아보카도 샐러드, 그릴드 포크 타코, 쉬림프 타코, 퀘사디아에 코로나리타를 주문했다. 

두명이서 갔쟈나... 돌았쟈나...



아, 이 아보카도만 보면 나초칩에 찍어먹던 과카몰리가 생각나쟈나. 결론은 아보카노 너는 ... love. 

올리브유를 살짝 뿌렸는지 별다른 드레싱 없이 굉장히 담백한 맛이 나던 샐러드다. 



그릴드포크 타코랑 쉬림프타코를 주문했는데, 그릴드포크 타코가 진짜 넘사벽으로 맛있어서 

울음이 쏟아질뻔했다. 진짜 너무 맛있다. 진짜루. 진짜ㅏㅏㅏㅏㅏㅏㅏㅏ루 맛있다. 

쓰면서 입에 침 고인다 진짜 당장 조만간 먹으러 가야겠다. 


쉬림프 타코가 별로냐? 그건 또 아니다. 이것도 완전 맛있쟈나. 

상큼하게 씹히는 새우살에 내내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좋은 건 무조건 크게. 아. '0'


멕시칸 음식점이 많아진건 참 반가운 소리지만, 모든 곳이 다 만족스럽게 맛있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별 내용 없이 '맛'만 칭찬하는 이 포스팅을 하게 만든 이 곳, 하시엔다가 있다는 점이

타코 귀신인 내게는 정말 행복한 일이다. 진심 지금 입에 침 고였쟈나. 


이태원 하시엔다 꼭 가보세요 강추예요!


Posted by shasha kim :


이사준비에, 취업준비에, 하루종일 집에 쳐박혀있기를 며칠 째.

나갈일이 없으니, 아니 만들면 안되니 옷걱정은 안하고, 날씨는 찾아본적이 없던 요 며칠. 

우연히 창문을 열었는데, 이게 왠걸. 햇빛이 쨍쨍. 

창밖으로 손을 뻗으니 겨울이 채 가시지 않은 차갑고도 보드라운 봄 바람이 손을 스쳐가 우울했던 기분이 조금은 나아졌다. 


'봄이 왔다. 커피 한 잔 마시러 가자.'


언제가 겨울의 끝일까 전혀 모르고 집안에만 있었던 나처럼 옷장 속 겨울 옷들도 그렇게 봄을 기다리고 있었던게 아니었을까.

나가려고 옷장을 여니 주렁주렁 걸려있는 시꺼머리 죽죽한 옷들이 보인다. 옷들한테 왠지 미안해졌다. 



살이 찐 몸에 뭐 입을까 고민고민하면서 우울했다가

트렌치 하나 걸치고 위안삼는 내가, 밖에 나오니 좋다고 방실방실 웃어대는 내가 왠지 웃긴 날이다.


서래 마을 Square Garden Coffee 로 향했다. 

서래마을은 특별한 일이 아니면 일년 중 한 번 갈까 말까, 오늘이 바로 그 날인가? ㅎㅎ


서래마을 안쪽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는 스퀘어가든 커피. 

다양한 Brew Coffee를 마실 수 있다.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분명히 좋아할 곳이다.

내부 인테리어도 좋다. 숲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편안한 분위기의 장식과 테이블. 

난 특히 바닥이 참 맘에 들더라. 




1시간 전까지만 해도 '바깥 바람 쐬며 아메리카노 한 잔 하고 싶다-' 입으로 중얼중얼 거렸는데,

1시간 뒤 서래마을에서 바깥 바람 쐬며 아메키라노 한 잔 하고 있었다. 

마음먹은대로 실천하는 샤샤?





열평 남짓한 자그마한 커피집이 왜이리도 장사가 잘되는지, 끊임없이 사람들이 들어왔다. 

블루베리빙수가 유명한가보다. 내가 있던 테이블 빼고 다 블루베리빙수를 주문해서 먹었다. 맛있어보인던데...


햇빛이 포근히 내리쬐는 봄이 부쩍 다가온 여느날. 

피부로 와닿는 봄바람이 요즘 인상만쓰고 있던 얼굴의 주름을 활짝 펴준 것 같았다.

게다가 차가운 커피 한 잔이 가슴 속 답답함을 싹 쓸어버린 듯 했다. 


봄이 진짜 왔다. 커피 한 잔 하러 가자. 

Posted by shasha kim :


예전에 어떤 여자가 쉑쉑버거에 미쳐서는 휴대폰 바탕화면은 물론이고 입만 열면 쉑쉑버거, 쉑쉑버거 타령을 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맛있길래 그러지, 유난도 저런 유난이 없다 하면서 혀를 끌끌찼던 적이 떠오른다.☆


뉴욕에 가자마자 다른 건 둘째치고 그렇게 맛있다는, 많은 사람들이 유난떠는 쉑쉑버거가 얼마나 맛있는지 한 번 맛이나 볼까 하며 

쉑쉑버거 메디슨 스퀘어 파크점으로 향했다. 메디슨 스퀘어는 쉑쉑버거의 첫번 째 매장 즉 본점이기도 하다.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늘 줄이 길게 늘어져있다. 어떤 지점이건 기본 30분 웨이팅은 당연하쟈나. 인내심 요구되쟈나. 배가 등껍질에 붙겠쟈나.



이 때가 아마 작년 3월 이맘 때 쯤이었을 것이다. 

뉴욕은 4월 말까지 눈이 내린다. 아니 쳐 내린다. 욕이 나올 정도로 날씨가 이상하다. 아니 지랄맞다.

이날역시 조금 추운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바깥에서 햄버거 쯤이야, 뉴욕커들은 참 밖에 나와서 먹는 걸 좋아한다. 



쉑쉑버거의 메뉴. 

버거는 싱글과 더블이 있는데 싱글은 패티 한장, 더블은 패티 두장이다. 

버거 말고 유명한 것이, 바로 쉐이크인데 단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호(好)겠지만 아니라면 비추한다. 아주 많이 달다. 

그래도 버거와 한 번쯤은 먹어보는 건 추천한다. 짭조름한 버거와 달콤한 쉐이크, 단짠단짠 법칙, 알랑가몰라? 


주문할 때 이름을 물어보고, 이 진동벨도 준다. 

주문한 버거가 나오면 진동벨이 울리면서 내 이름도 같이 울린다. 

진동벨이 울렸는데도 안찾아가면 맨해튼이 떠나갈정도로 소리지르며 이름을 외친다.

나도 한 번 당해봤쟈나. ㅅ                  ㅑ ㅅ                   ㅑ 하면서 말이다. 


하나만 해. 


먹고 가든, 투고(To go)하든 백에 담겨져 나온다. 좋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버거를 꺼냈다. 하지만 너무 급한 마음에 겉에 종이백 찢었쟈나. 

쉑쉑버거와 밀크쉐이크 그리고 치즈 프라이를 하나 주문했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진심 눈물이 흘러내릴뻔 했다. 진짜 비쥬얼쇼크가 아니라 테이스트(taste)쇼크였다. 

쉑쉑버거에 사용되는 빵은 포테이토 전분으로 만들어져서 일반 버거에 사용되는 빵과는 다르게 좀 더 고소한 것 같다. 

패티는 물론이거니와 치즈, 토마토 그리고 양상치의 조합. 이렇게 간단하면서 별 것 안들어간 레시피에 이런 맛이 나올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짭짤하면서 고소하고 느끼하면서 담백하고 입에서 사르르 녹으면서 육즙이 기가막힌다. 

그 여자의 쉑쉑버거 타령이 조금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당연한 소리지만, 뉴욕에 가면 쉑쉑버거는 기본으로 꼭 먹어야 한다. 

1시간이건 2시간이건 오래 기다려 짜증이 나도 주문한 쉑쉑버거 한 입 베어무는 순간 짜증이 환희로 바뀔지 모른다. 


쉑쉑버거는 정말이지 단언컨대 사랑입니다.

Posted by shasha kim :